반월·시화공단을 배후로 하는 국내 대표적 산업도시인 안산시. 과거 ‘환경오염의 도시’에서 최근 ‘친환경 생태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새롭게 싹을 틔우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외 대표적 생태·환경도시의 모델로 꼽히는 일본 키타큐슈시와 경기도 가평군의 사례를 현장 취재해 생태도시로 나아가려는 안산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 보고자 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이자, 일본의 ‘환경 수도’로 불리는 키타큐슈시(北九州市). 일본의 4대 공업도시이면서 ‘하늘에서 별빛을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키타큐슈시가 자랑하는 환경은 일본 근대화의 빛과 그림자를 딛고 일궈낸 것이어서 더욱 빛이 난다. 공해도시에서 환경도시로, 죽음의 바다로부터 부활한 키타큐슈시의 노력과 의지는 ‘환경재앙’의 대명사인 시화호를 권역으로 한 공업도시 안산시가 환경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모델로 손색이 없다.

◇ 공장폐수로 ‘죽음의 바다’가 된 도카이만
키타큐슈지역은 일본의 4대 공업지역의 하나로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근대화와 고도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런 산업의 발전은 심각한 공해문제를 야기해 1960년대 키타큐슈는 회색도시, 환경 낙후도시로 전락한다. 경제 성장, 산업 부흥의 일곱빛깔 무지개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공해문제를 일으키며 도시 전체에 검은 무지개를 드리운 것이다.

대규모 공장들이 들어선 도카이(洞海)만의 주변지역인 ‘시로야마(城山)지구’는 1965년 연평균 80톤/월·㎢(최대 108톤/월·㎢)에 이르는 연간 강하 매진량을 기록하며 일본 내 가장 심한 매연도시로 불렸다. 급기야 키타큐슈는 1969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고 ‘공해마을’ 시로야마지구에서는 대기오염으로 천식환자까지 급속히 번져갔다.

수질오염은 더욱 심각했다. 공장으로부터 처리되지 않은 폐수와 생활폐수가 폐쇄성 수역인 도카이만에 흘러들면서 1966년 도카이만의 용존산소량은 0mg/ℓ,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36mg/ℓ로 ‘대장균조차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가 됐다.

◇ 민간과 행정의 파트너십으로 되살린 환경
공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최초로 일어선 사람들은 자녀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들이었다. 심각한 대기·수질오염으로 시로야마 초등학교가 아예 폐교까지 되자 자녀를 둔 시민들이 ‘토바타 부인회’를 결성해 환경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자발적으로 대기오염 현황을 조사한 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과 행정기관에 대해 이의 개선을 요구했다. 또 이런 주민운동 외에도 공해 실태를 언론에 적극 알려 행정기관과 기업이 공해대책을 강화하도록 이끌었다.

시민(어머니)들이 일어서자 행정과 기업도 일체가 되어 공해극복에 팔을 걷었다. 키타큐슈시는 대기오염방지연락협의회를 설립(1969년)하고 1970~1971년엔 시청 청사내 공해감시센터 가동, 공해대책국 신설, 공해방지조례 공포, 폐기물소각장 완성을 잇따라 진행했다. 도시 내 주요기업 54곳과 공해방지협정을 체결하고 완충녹지사업에도 힘을 쓰는 등 공해극복을 위한 적극적 시책을 펼쳤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도 확산됐다. 공장부지의 10% 이상을 녹지로 가꾸고 저공해형 생산(클리너 프로덕션)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환경개선의 효과를 거뒀다. 배출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집진장치를 비롯해 탈황·탈질장치, 배수처리시설 등을 자발적으로 설치했다.

◇ 되찾은 하늘과 바다, 별빛 도시로 탈바꿈
시민과 행정, 기업이 한마음이 되어 공해대책을 추진한 결과 키타큐슈시는 검게 오염됐던 하늘과 바다를 푸른빛으로 되찾았다. 198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환경백서에 ‘회색의 도시’로부터 ‘초록의 도시’로 변모한 도시로 소개됐고 1987년엔 일본 환경청으로부터 ‘별빛 하늘의 도시’에 선정됐다.

또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이 선정한 ‘글로벌 500’을 수상(1990년)했고 1992년 브라질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국제연합회의(UNCED)에서 세계 12개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에 꼽히기도 했다. 죽음의 공해도시에서 환경재생을 달성한 ‘기적의 도시’로 세계적 모델이 된 것이다.

수질이 되살아난 도카이만에는 100여종이 넘는 어패류가 서식하고 있고, 철새들까지 찾아들고 있다. 공장의 폐수유입을 철저히 규제하고, 하수도를 정비하고, 행정과 기업이 일체가 되어 10여년에 걸쳐 도카이만의 무라사키강에 쌓여있던 퇴적오니를 준설한 결과다.

이 당시 공해를 극복해 나가는 경험속에서 키운 지역사회의 파트너십은 도시조성이나 지역환경 개선활동에 지금까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

◇ 아시아 환경인재 키우는 에코도시로 발돋움
키타큐슈시는 경험을 통해 축적한 환경기술을 아시아의 환경인재를 기르는 원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재)키타큐슈 국제기술협력협회(KITA)와 키타큐슈 학술연구도시가 대표적이다.

KITA는 1980년 설립돼 개발도상국가에 환경기술을 이전하거나 전문가를 파견해 이들 국가의 환경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제 연수생들을 받아들여 이들을 세계 각지에서 환경보전을 이끌어가는 ‘에코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대련시와 중경시, 베트남 호치민시, 필리핀 바탕가스시와 세부시,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시와 세마랑시 등과는 아시아 환경협력도시 네트워크를 구성해 도시간 환경협력을 꾀하고 있다.

특히 키타큐슈시 와카마쓰구 서부와 야하타니시구 북서부에 조성된 ‘키타큐슈 학술연구도시’는 환경과 기술협력 분야에서 아시아의 중핵적인 학술연구 거점을 목표로 신산업 창출과 지역산업 고도화를 이끌고 있는 키타큐슈시의 야심찬 정비사업이다. 자연환경과 도시환경을 살리면서 첨단과학기술을 위한 교육·연구기관의 집적과 친환경 주택단지의 공급을 동시에 진행중인 ‘친환경 첨단 복합도시’ 건설사업이기도 하다.

학술연구도시는 키타큐슈시립대학, 큐슈공업대학, 와세다대학, 후쿠오카대학 등 국·공·사립대학 및 대학원과 연구기관과 학술연구시설이 입주한 ‘에코 캠퍼스’로 환경과 정보분야의 두뇌집적을 진행중인데 (재)키타큐슈산업학술추진기구(FAIS)가 이의 지원을 맡고 있다.

이 에코 캠퍼스는 환경공생을 목표로 자연풍과 자연광을 활용한 건물구조 외에도 수(水) 리사이클 시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구조로 조성됐다.
● 인터뷰 / 고지 야마모토(山本 浩二) / (재)키타큐슈산업학술추진기구(FAIS) 총무기획부장


“키타큐슈 학술연구도시 정비사업은 2014년 제2기 사업이 완료되면 다시 3기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환경도시로 나아가려는 키타큐슈시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키타큐슈 학술연구도시가 추진하는 산업기술의 고도화와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는 키타큐슈 산업학술추진기구(FAIS)의 고지 야마모토(山本 浩二) 총무기획부장은 환경정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5년 첫 삽을 뜬 학술연구도시는 총 335ha의 개발면적 내에 다양한 교육·연구기관과 주택 4천호를 짓는 친환경 첨단 복합도시. 키타큐슈시가 직접 사업주체로 나서 환경과 정보를 2대 테마로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에 역점을 쏟고 있는 ‘에코 캠퍼스’이기도 하다.

키타큐슈시립대학, 와세다대학 등 이공계 계열 4개 대학 및 대학원이 연구시설을 공동 이용하고 있고 민간 연구기관도 입주해 있는데 이런 ‘신대학 구상’은 일본 내 최초의 시도이다. 대학,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같은 캠퍼스에 입주해 집적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한양대학교와 경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대학과 국책 연구기관, 벤처기업이 한 곳에 모인 안산시와 닮은 점이 매우 많다.

고지 야마모토 부장은 키타큐슈시의 ‘에코시티 사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산·학·행정의 강력한 협력관계를 꼽는다.

“키타큐슈 학술연구도시는 환경분야의 교육·기초에서부터 기술개발과 실증연구,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미래지향적인 친환경산업의 새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FAIS는 이를 위해 산업계와 학계를 잇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셈이죠. 환경으로 경제를 개척하는데 있어 키타큐슈시와 유사점이 많은 안산시와의 적극적인 협력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강형민 기자  khm@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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