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파리올림픽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 같은 경기가 세계인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무명의 선수가 메달을 따는 것을 보면 마치 도깨비에게 홀린 듯하다.
지나간 날씨는 도깨비가 도술을 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민담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도깨비는 상상 이상의 온갖 주술을 다 부린다. 경상도의 사또를 전라도로 내던지고, 전라도의 사또를 경상도로 내던지기까지 한다.
요 얼마 동안 기상청과 지자체의 안전문자 메시지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들었다. 이렇게 많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우가 없었다. 호우주의보, 강풍주의보, 풍랑주의보, 폭염경보, 열대야 등 이 작은 나라에 지역별로 날씨 변동이 커도 너무나 컸다. 도깨비 날씨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17일부터 파주에는 이틀간 최대 60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전국 곳곳에 천둥과 벼락도 무섭게 밤하늘을 울렸다. 전남 22개 시군에는 두 시간 동안 무려 3천 576번의 벼락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7월 한 달 관찰된 벼락의 73%가 단 두 시간 만에 집중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진도 해안의 천둥과 벼락은 그 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그 강도의 세기가 어마어마했다. 폭우 뒤 천둥과 번개가 끊임없이 이어져 100㎞ 이상 떨어진 제주도에서까지도 관측되었을 정도라고 한다. 영상을 보면 밤하늘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강원도 원주에서 찍힌 비구름 사진은 세계 토픽감이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가 포착된 사진이었다.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극한호우라는 말을 사용했다. 보통 1시간 강수량이 30mm가 넘을 경우, 집중호우라고 불러왔다. 극한호우는 이보다 훨씬 더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강력한 폭우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호우뿐만 극한호우 발생 빈도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대기 수증기 유입도 늘어나는 이상 극한호우의 빈도는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동남아처럼 우기(雨期)가 일상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모두가 우리 인간이 저지른 일, 자업자득임을 어찌하랴?
이제 폭우와 장마는 물러갔다. 굉장한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푹푹 찌고 있다. 그야말로 극한폭염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대기가 불안정해서 극한호우와 극한폭염이 계속되어도 정치권이 대비를 잘하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협치로 어려움을 풀어나가면 극한의 어려움도 국민은 희망으로 풀어나간다. 그러나 국회와 정치권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저들끼리 싸움질만 계속하고 있다. 짐승들이 사냥감을 노리는 그러한 눈빛이 국회에 흘러넘친다.
요즈음의 국회를 보면 가관이다. 깨진 독에 물 붓기나 계속하고 있는 국회이니 모든 힘듦이 오로지 국민 몫이다. 정치권은 각 당의 대표 뽑기에 분주했다. 국민의 힘은 후보 대표들이 물고 처박고 싸우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자중지란에 함몰되었다. 한동훈 후보가 과반 득표로 당 대표에 뽑혔지만, 앞날이 험난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을 위한 대표경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지탄이 무서워 들러리 몇을 내세워 하나마나한 무의미한 경선을 치루고 있다.
국회는 야당의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시도로 여야 정면충돌로 부상자까지 나와 불발되었다. 장관급과 주요 인사들의 인사청문회가 줄을 잇고 삿대질과 고성이 난무하고 있다. 여당은 무능하고 야당은 탄핵 이외에는 머릿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다.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의 복수혈전 같은 독주는 계속될 것이다. 이 폭염에 그들은 국민에게 부채는커녕 기름을 뿌려 더욱 극한폭염 속으로 국민을 집어넣고 있다.
국회 개원식도 못 열고 있는 찌질 국회, 상임위원회의 여야모습도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차라리 국회 폐원식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지름길이다.
국회가 우리나라 소개를 북한으로 한 파리올림픽에 우르르 몰려가 국위 선양을 하고 오면 어떨까? 프랑스 정부와 올림픽위원회를 상대로 그동안 갈고 닦은 청문회와 탄핵을 하면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전 세계인들의 금메달급 비웃음 박수를 받고 금의환향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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