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50.9%의 투표율은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낮았다. 투표 결과는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었다.
4년 전, 제7회 선거 때는 민주당의 완승이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 기초의원까지 전부 쓸어 담았다. 수도권, 충청권, 강원도를 휩쓸고, 민주당의 숙원이었던 PK의 탈환까지도 성공했다.
4년 만에 바뀔 줄이야…. 민심은 정말 무서웠다.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12곳에서 승리를 거두고, 민주당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 경기 5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문 정권 초반, 20년 정권까지 외치며 의기양양했던 민주당이었다. 5년만에 정권을 내주더니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대선에서의 패배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며 반성하지 않은 민주당이었다. 검수완박, 한동훈 장관의 청문회 때 보여준 코미디 같은 질문 수준, 송영길과 이재명의 수상한 자리 이동 등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결국, 송영길의 지역구로 들어간 이재명은 국회의원은 되었으나 상처뿐인 영광을 안은 격이 되고 말았다. 계속되는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오만 그리고 지도부의 내홍 등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민주당이었다. 지방선거 대패 이후에도 여전히 민주당 내부에서는 진영끼리 서로 네 탓 싸움만 벌이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행보에 딱 들어맞는 묘비명 구절이 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 구절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아일랜드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비평가이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이다. 묘비명의 이 구절을 우리나라는 오역을 했다. 그 오역된 것이 정설처럼 변하며 현재도 많은 사람이 인용해서 쓰고 있다. 우물쭈물 내로남불만 계속하다가 결국 이렇게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지만 불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 친문계와 친명계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들어서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 기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등을 돌린 국민은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다음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참패를 당할 여지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정권 초기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이제라도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더 고개를 숙이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민주당에게 완승을 헌납한 지난 선거의 뼈아픈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가슴 졸이게 시소게임을 한 곳은 단연 경기도지사 선거였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의 드라마 같은 막판 승리였다. 안산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이번 시장선거에서 이민근 후보가 181표 차로 제종길 후보를 눌렀다. 초반 리드를 지키다가 중반 이후 역전을 허용하며 고전했지만,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민근 후보는 12년 만에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시장에 당선되었다.
도의원과 시의원은 민주당 후보들이 월등하게 많이 당선되었다. 도의원 민주당 7석, 국민의힘 1석, 시의원 민주당 11석, 국민의힘이 9석을 차지했다. 안산은 민주당 텃밭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대부동을 제외한 전 동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선 곳이 안산이다. 이번 시장선거 패배는 민주당의 단일화 실패로 보는 이도 많지만, 그보다는 이민근 후보의 지속적인 정책 홍보와 안산 토박이 그리고 한결같은 이미지로 승리한 결과이다.
이민근 후보는 독자적인 인구 100만 특례시를 목표로 서울경마공원 대부유치 등 굵직한 인구 유입 정책 및 대부도의 성장과 도시의 자립성장 등을 주요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제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인사들의 채용도 논공행상으로 채우면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지난 시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링컨 대통령의 명언 중에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회 지도층들은 이 명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민심은 물과 같다’라는 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마음은 무섭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 위정자가 잘못하면 국민은 가차 없이 투표로 응징을 한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묘비명의 구절이 내분 많은 민주당에게 적확하게 들어맞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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