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웅<소설가>

2024년 더위는 숲이 어우러진 여름보다 오곡이 풍성한 가을이다. 하얀 눈이 대지를 덮은 겨울보다 새 생명이 꿈틀거리는 산과 들에 피어있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하게 꽃을 피운 봄이 좋다. 또한 해가 등진 북쪽보다 해를 바라보는 남쪽이 좋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사계절을 보내면서 봄과 가을을 좋아한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 생기를 일으키며 그런 봄이 좋다. 그런가 하면 개울가에 나가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냇물에 송사리 떼가 춤을 추며 유유히 흘러간다.
여름은 사람들이 더위에 몸을 비틀며 짠물을 뽑아내며 갈증으로 피곤해서 짜증을 내게 된다. 푸른 나무 옷을 훌러덩 벗고 푸른 바다. 땅속 깊이 숨이 막힐만한 차가운 겨울 그런 겨울보다 봄이 좋지 않은가. 
봄은 얼어붙었던 땅도 녹이고 사람들 마음도 녹여준다. 파란 새싹이 쏙 얼굴을 내밀면 굳은 살갗이 풀려 움츠렸던 허리가 펴지고 가슴도 활짝 열린다. 그뿐이던가 봄이 되면 처녀들 마음에 봄바람이 불고 치맛자락이 짧아져 봄은 청춘 남녀에게 꿈을 심어주곤 했다. 그 옛날 젊은 시절에 동네 양지바른 물가에 앉아 빨래하며 물장구치던 총각 시절 기억이 새롭다. 
희망의 봄. 생동하는 봄이 되면 과수원 배꽃. 복숭아 꽃잎이 필 때면 광수 농사짓는 사람들은 꿈을 만들어간다. 농사를 잘 지어 큰 성과를 거두면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던 우리 형님들. 그 시절 그때가 그립다.
어디선가 발아래 꿈틀대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봄맞이 나온 개구리는 벌써 가쁜 숨을 몰아쉬고 새 생명을 잉태한 개구리 소리 그 소리는 봄의 찬가였다.
모든 대지의 생명은 봄기운을 받아 몸 안에 기를 가득 채운다.

내 생일도 봄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는 봄은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아 건강한 생기를 불어넣었는지 80이 넘은 지금도 생기가 넘친다. 그래서 봄을 잘 지내야 하고 다음 계절인 여름 가을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사계절 중에서 유독 봄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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