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을 하는 분인데, 주차하면 안 되는 곳에 차를 세우려는 입주민과 시비가 붙습니다. 서로 이해하고 잘 대화하면 끝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감히 나를 막았다’고 생각한 입주민이 이 경비원을 고소합니다. 그래서 방금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마치고 왔다는 겁니다.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지만, 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왜 이런 일이 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때때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만납니다. 이 어려움은 예고 없이 우리 앞에 다가와서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암 진단을 받으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분노로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고통을 다시 해석합니다. 마치 나를 벼랑 끝에 몰아세우는 것 같던 병이 이제는 오히려 나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소중한 것들을 더 깊이 깨닫는 기회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변화는 바로 ‘받아들임’의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고통을 외면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고통과 불안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왔을 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필요한 불안’과 ‘불필요한 불안’입니다. 우선 필요한 불안은 우리가 현재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건설적인 고민과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이 동반됩니다
  반면에 불필요한 불안은 우리에게서 평안을 빼앗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불필요한 불안의 대표적인 예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머나먼 미래에 대한 염려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우리가 다시 바꿀 수 없는 영역에 속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우리 손에 있지 않은 영역입니다.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 과거와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든 불안을 ‘필요한 불안’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건강 문제나 재정 문제처럼 내 힘으로 완전히 다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불안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불안 속에서도,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가리켜 바로 ‘받아들임’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받아들임은 고통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고통을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태도입니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중한 병도, 인생의 큰 시련도, 우리에게는 결국 감사와 평안과 성숙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있나요? 혹시 고단하고 여러 일이 몰려 힘들다면, 우리의 삶을 한 번 더 되짚어 보면 어떨까요? 떨어지는 가을 잎사귀도 생태계의 입장에서는 다 소중한 것입니다. 이처럼 지금은 우리에게 힘든 삶의 모습도 알고 보면 소중한 뜻이 있을 수 있답니다. 어려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도 다시 아름다운 인생의 첫걸음을 떼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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