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드림부동산 대표>

‘부동산 독식'...다주택자 상위 1000명이 4만2000채 보유(부동산원 통계자료)
날마다 부동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는 ’전세 사기‘,’부동산 큰손‘,’치솟는 집값‘,’전세대란‘ 등 오늘도 지하 단칸방을 떠도는 서민 중 서민이 들으면 도무지 현실감 없는 소리들이다. 
얼마 전 다가구 매매를 중개했다. 경기도 그렇지만, 물건 수 대비 ‘부동산중개사무소’수가 너무 많으니, 요즘 같은 시기에 중개사로서 삶을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니 명도‘인도(引渡: 점유 이전)’의 험난한 길이 있지만 호기 있게 물건을 받았다.
인자하게 생기신 어르신께서 주신 다가구 매물을 운 좋게도 원하는 매도가로 매수자를 찾을 수 있었지만, 막상 매수의사를 밝히니 어르신은 처음의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요구했다,
비일비재한 일이니 당황스럽지는 않지만, 인자하게 생기신 어르신이 얄밉기도 했고, 그때마다 ‘있는 사람이 더하다’는 느낌은 매번 드는 생각이다. 다행히 원만하게 조율이 되었고, 지금은 명도를 진행하고 있다. 
오래된 집이기도 하지만, 막상 세입자들의 계약 내용을 받아 들고 보니 지금 시세에는 도무지 맞출 수 없는 저렴한 임차료를 지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순간 어르신을 얄밉게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호기 있게 장담했던 명도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 왔다. 
300/20, 300/25 대부분 이 정도의 월세로 원룸, 투룸을 살고 있으니, 이들을 대체 어디로 옮겨 드릴 수 있을까! 
‘건물 매매로 인하여 곧 철거가 예정되어 있으니 이사를 가야 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다음날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이런저런 하소연으로 울먹이는 사람부터 아이가 아토피로 지하는 못산다며, 지상으로 옮겨야 하는데 지금의 보증금으로 갈 곳을 찾을 수 없다며 우시는 아주머니까지...  
중개사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거지만, 나 먹고 살자고 저들에게 아픔을 주는 중개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삶의 기본이 ‘의식주’라는데 내집 한칸은 커녕 월세집 조차 옮기기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수백채를 가진 사람들이 나눠주지는 못하겠지만, 한 칸 이라도 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는 이번 다가구 매매로 인해 성과를 냈지만, 중개사로서 잠 못 들고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좋은 집, 저렴한 월세로 이사하실 수 있도록 명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언젠가 그들에게도 햇빛 잘 드는 뽀송뽀송한 내집을 마련할 수 있길 바래 본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