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안산시의 2025년도 문화예술지원금 선정 대상자가 발표되었다. 선정된 작가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보고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많은 생각 속에 잠기게 된다.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해주고 있지만, 개인과 단체에 대한 편차가 크다. 개인을 위한 지원금은 100만 원 내외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언제 만들어진 조례인지 까마득한 기억 속이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크게 물질적인 측면과 정신적인 측면을 꼽을 수 있다. 물질의 소중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배불리 먹어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속담까지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예술의 소중함도 결코 물질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인간의 내면적인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힘들다. 힘든 주머니 사정으로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예술만으로 풍족한 수입? 어림없는 일이다. 삶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문화 예술 방면의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인다. 또한, 평생 성공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유명세를 타는 예술인들은 예외이다. 그들은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힘든 예술인들에게는 신기루 같은 허상을 보는 기분이다.
요즘 TV에서는 트롯 경연이 대세이다. 시청률도 높다. 비슷한 아류의 트롯 경연도 인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경연에서 뽑히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게 된다. 그 숱한 무명의 세월을 견뎌 인기 방석에 앉는 가수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명 가수로 한 번도 뜨지 못한 채 그냥 사라지는 가수들이 대부분이다. 예술인들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마다 예술인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올해 600억 원을 투입, 예술인 2만 명에게 300만 원을 지원한다. 이 제도는 예술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예술인들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좋은 취지이지만 연거푸 받을 수 없는 게 단점이다. 한 해 지원금을 받으면 이듬해는 받을 수 없다.
  이 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각 지역 문화재단 등에서 지원하는 예술인 창작지원금 제도가 있다. 보통 개인에게 4~500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안산의 지원금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난다. 안산시의 경우 적은 지원금은 물론 증빙자료 청구 등도 문제가 된다.
다른 시도의 문화재단에서는 문학 부문에 선정이 되면 그 지원금을 대부분 상금 형식으로 주기 때문에 거의 자료 제출이 없다. 아주 간소하다. 지원신청도 공고 기준일 전 그 지역에 살면 된다.
지인 중에 안산시 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았다. 처음 받아보는 지원금,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신바람은 잠깐이다. 지원금 100만 원으로 책을 낼 수가 없다.
신인의 경우 자비출판이 대부분이다. 자비출판이란 저자가 직접 비용을 내고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상업적인 출판과 유통 경로 확보는 어렵지만, 자유롭게 컨텐츠를 출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성인문학의 경우 소설과 수필집을 내려면 보통 4~500만 원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아동문학의 경우 그 제작비는 어마어마하다. 동화집과 동시집 제작 시 독자층이 어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종이 질도 좋아야 하고 글씨도 커야 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삽화료를 들 수 있다. 보통 화가의 삽화료는 2~300만 원이 소요된다. 한 권의 동화집과 동시집을 출간하려면 800만 원 정도의 거금 수혈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성인문학과 지원금을 일률적으로 지원한다는 제도는 모순이다. 또한, 증빙자료 제출도 문제이다. 안산시의 경우 책을 출간하면 여러 가지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자료 제출 작성하기가 힘에 부친다.
안산에는 문학인들이 많다. 여느 시도의 문학인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전업작가들은 손꼽을 정도이다.
안산시는 안산의 문인들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케캐묵은 조례, 바꿔야 한다. 오래전부터 일률적인 지원금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문학인들을 우습게 여기는 일이다. 지원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 또한, 상금 식으로 바꿔 작가들이 제출해야 되는 자료의 부담감도 없애주어야 한다. 시급한 문제이다.
시민과 함께 자유로운 혁신도시, 안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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