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것이 언제 부터인가 아파트 울타리의 넝쿨 장미가 사라졌고 택시의 표지도 마크의 도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금년 봄부터는 난데없이 ‘라일락’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떤 분이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본 라일락 축제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매료되어 벤치마킹했다는 설도 있고, 반월공단이나 시화공단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라일락향기로 막아보자는 뜻에서 라일락 심기를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그 계획도 거창해서 안산시내에 라일락 30만 그루를 심어서 라일락 거리를 만들고, 테마공원도 만들며, 꽃이 만개하는 계절에는 ‘라일락축제’를 열어,‘살 맛 나는 안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곧바로 이 계획은 식목일을 기점(起點)으로 해서 호수공원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 라일락 심기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민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되었고, 한 그루에 5만원~10만원하는 나무를 사회단체별로 일정 숫자를 심도록 배당했기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과 더불어 ‘신축건물에 라일락을 의무적으로 심게 하려던’시 의회의 조례 개정 논의도 “없었던 일로”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라일락은 ‘물푸레 나뭇과’의 작은 낙엽, 활엽, 교목으로 늦봄에 보라색, 백색의 네 갈래진 작은 꽃이 피고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는 꽃이다. 그러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도 꽃이 피어 있는 짧은기간 뿐이고 꽃이 지고 나면 푸른 잎이 돋아나고 겨울에는 앙상한 나무줄기만 남는다.
이것으로 어떻게 1년 열두 달 공단에서 발생되는 악취를 막을 수 있으며 꽃이 피어있는 짧은 기간에 벌어들이는 축제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될지 에는 의문이 남는다. 또한 이 라일락이 우리 안산 지역과 어떤 역사적, 상징적 가치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라일락 심기 운동을 벌이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런 차원에서 어차피 나무심기 운동을 하려면, 어떤 역경에서도 변하지 않는 ‘채용신 선생의 상록수 정신’을 본 받아 ‘상록수 심기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래서 ‘늘 푸른 안산’을 만들어야 한다.
채용신 선생은 우리 안산을 상징하는 분이며 우리가 기리고 후손들에게 대대로 그 정신을 받들도록 전해줘야 할 분이다. 무슨 일이던 뿌리가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순리이다.
또한 상록수를 심음으로 인해서 다음과 같은 이점(利點)이 있음을 참고로 첨언 하고자 한다.
첫째: 계절에 관계없이 ‘늘 푸른 안산’을 만들며 공기를 정화 시키는 허파 구실을 하게 한다.
둘째: 바이킹의 후예라는 북 유럽인들은 겨울이면 영하 40℃를 오르내리는 척박한 땅에 모든 어려움을 무릅쓰고 소나무, 전나무 같은 상록수를 심었다. 그 결과로 지금은 하늘을 찌를 듯이 빽빽하게 들어선 상록수로 인해 좋은 환경 속에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보장되는 복지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나무만 팔아도 수십 년은 먹고 살 수 있다.”고 큰소리 칠 만큼 상록수는 부(富)의 상징으로 통하고 있다.
셋째: 키 큰 상록수가 양편으로 늘어선 넓은 산책 길, 상록수 밑에서 진행되는 낭만적인 콘서트, 음악회 그리고 이것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들은 뛰어난 관광 상품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다만, 상록수를 조림해서 키우는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 하지만 라일락 축제를 벌이는데 필요한 기간은 수년이면 족할 것이다. 혹시라도 현임(現任)시장 임기 내에 가시적(可視的)인 치적의 성과를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라일락 심기’가 추진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역대 시장들의 한건 치적주의식 행정이 안산을 오늘과 같이 만든 것을 감안 할 때, 앞으로의 행정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협진엔지니어링 회장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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