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고생 없이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면 커다란 기쁨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역경을 딛고 승리를 쟁취했다면 성취감의 기쁨은 말할 나위 없이 고귀한 것이다.
얼마 전 과테말라에서 진행된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TV화면에 클로즈업된 “Sochi”란 고유명사에 화들짝 놀라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현실이었고 마침내 러시아의 중소도시 소치가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것이다.
그 동안 재수까지 해오며 평창 유치를 꿈꾸며 살아온 우리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이었다. 정부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유치작전의 선봉에 섰으나 끝내 러시아에게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전쟁에서 2등은 없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평창은 좌절 속에 잠겨 한탄만 해야 할 것인가? 아니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 2018년이 우리 앞에 있지 않은가? 반드시 동계 올림픽만을 위해 평창이 그리고 우리나라가 올인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아마도 그 날은 너무 멀어 지치고 힘들어 기다릴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명이 짧은 사람은 그 날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라나는 새순인 청소년이 있다. 이들이 자라 조국의 방패가 될 무렵이면 그 날이 다가온다. 기왕지사 공들여 준비해 온 모든 기반 시설을 각종 세계대회를 유치해 가며, 그 날을 기다리자. 느긋한 마음으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자, 밝은 미래의 비전을 향해 쑤걱쑤걱 자라날 수 있도록 평창은 계속 살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희망을 버리고 어쩔 수 없이 세월의 노예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영광이란 최후의 가치를 만끽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조만간에 그 날이 다가온다는 희망과 믿음이 있어야 한다. 랍비 아키바라가 여행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귀와 개와 조그마한 램프를 가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아키바라는 한 채의 헛간을 발견하고 거기서 잠을 자기로 했다.
그가 잠든 사이 여우가 개를 죽이고 또 사자가 나귀를 잡아먹었다. 아침이 되어 그는 램프만 들고 쓸쓸히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마을에는 사람 그림자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전날 밤 무시무시한 괴한들이 마을을 덮쳐 사람을 죽이고 건물을 파괴해 버렸던 것이다.
만일 램프가 바람에 깨지지 않았더라면 아키바라 역시 강도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고, 개가 살았더라면 개가 짖어 강도들에게 발견되었을 것이며, 나귀도 살았더라면 소리 내어 울었을 것이 분명했을 터였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탓에 강도들에게 발견되지 않았고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랍비는 최악의 상황이라도 인간은 희망을 잃지 말아야함과 음지가 변하여 양지로 될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탈무드에 나와 있는 “인간의 희망”에 관한 일화이다.
우리가 걸어가는 인생이란 것이 이처럼 변화무쌍하고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극기와 인내로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생활해 간다면 그 날의 영광은 반드시 우리 곁으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곽노흥 한성디지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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