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가 보여주는 「세상의 아침」에서 우리보다 월등하게 잘사는 네덜란드나 덴마크 같은 나라의 자전거 일상화에서 우리가 정직하게 느끼는 바 있다면 석유 한방울 안나는 나라의 우리의 삶이 얼마나 「헛똑똑이」인가 하는 사실일 것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어느 도시에서도 밍크 코트의 진열을 볼 수 없는 것은 동물애호의 차원에서가 아니라니 국민의식의 자발적 결속을 짐작케 한다. 허영과 실속은 생활의 질을 판이하게 만드는가 보다. 거들먹거리기를 좋아할 일이 아닐 성싶다. 정신 차리자구요.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밟기를 멈추면 바로 넘어진다. 이를 인생살이에 견주니 좋은 교훈이 되누나.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기도 한 러셀(1872~1970)은 『어느날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가다가 문득 나는 내가 아내를 사랑하고 있지않음을 깨달았다』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 자전거의 안전성과 주위의 풍광이 그로 하여금 그런 깨달음의 여유를 갖게 했으리라 생각된다.
말을 타면 이내 경마하고 싶어지고 자동차의 핸들을 잡았다 하면 냅다 스피드를 낼 궁리부터 한다는 우리네 심성에 어찌 그런 깊은 사고의 여유가 있으리오. 전방주시와 끼어들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짜증만 늘다가 나중엔 나 자신이 남과 충돌하는 위험마저 잊게 되는 판국이다. 공동체에 있어서의 자기위치를 망각하는 습성들이 급속히 번지더니 급기야는 청와대의 기와마저 그 눈부셨던 청자빛 반사를 멈추게 하고 말았다. 믿음과 상징과 구심점을 잃어버린 民草는 주저앉아 침묵하진 않는다.
다가오는 양대 선거에서 「民은 卒이 아니다」를 보여주려는 눈치들이 엿보인다. 「民心은 이론이 아니다」를 뼈저리게 느껴야할 위인들이 그걸 외면하고 있음이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선거에 의해 뽑힌 자들은 그 자리가 연습하는 자리로 착각해선 안된다는 충고를 그들 가슴에 미리 찔러 두는 바이다. 자신 없으면 일찌감치 썩 꺼졌거라!
자전거의 바퀴는 둥굴며 고무타이어로 되어 있다. 「무릇 생활속의 불편함이 발명의 창고」라 했듯이 원래의 쇠타이어가 장애물과의 배타적 알력으로 낭비되는 에너지의 극소화를 위해 발명된 고무타이어는 장애물을 만나면 그것을 잠깐 제 몸에 흡수하여 쉽게 통과하고는 이내 원상으로 돌아간다. 이 이치 또한 다시없는 인생교훈이 아니랴. 맹목적인 버티기가 늘 장땡이는 아니더라.
일본인 작가 아리시마 타께오(有島武郞)는 『사랑의 반대는 증오가 아니다.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갈파해 유명했다. 그는 이를 부연하여 『사람들은 흰색의 반대를 얼른 검정색이라 말한다. 그렇다면 빨간 노란 청색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래서 흰색의 반대는 희지 않는 색이라 해야 옳다. 마찬가지로 사랑의 반대 역시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그쳐야지 꼭 증오로까지 치달을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음미할수록 많은 것이 뉘우쳐지누나.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는 지혜가 풍성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색당쟁의 후예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련만… 제발 좀 절충의 묘를 익히자구요. 몸에 배도록 말이다. 그렇지만 둥굴다고 모두가 원만한 것은 아닌 성싶다. 비슷한 예로 결혼반지의 동그라미 속엔 간곡했던 주례 말씀과는 달리 얼마나 많은 고뇌와 갈등으로 가득차 있음인가? 아름답던 추억이 깡그리 실종된 결혼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시작도 끝도 없는 동그라미의 되풀이되는 증언에 지친 사람들이 뽀야니 떠오른다. 그렇더라도 결혼반지는 둥글어야 하리라.
끝으로 다시 강조한다. 자전거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앞으로 나아간다. 밟기를 멈추면 바로 넘어진다. 선택은 자유겠으나 목표를 정했으면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한다. 중단없는 전진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이기진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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