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는 경기가 있기 3일전부터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수 천명이나 몰려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바람에 거대한 야영장이 되었다니 시민들도 정상이 아니다. 이런 중에 외면당한 표심을 잡느라 묘안을 찾기에 급급한 입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의 행보도 평상심은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16명 구·시·군장 232명 시도의원 755명(비례대표 포함) 구·시·군의원 3485명등 총4488명을 뽑는다. 당선이라는 치열한 목표아래 그들이 선거운동에 최선을 다하는 동안 뿌려지는 돈도 엄청나지만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것은 패이는 골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생겨난 갖가지 감정들은 깊고도 큰 골이 되어 선거후까지 이어진다.
지난 2000년 3월 18일에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때는 막바지까지도 당선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채 치열한 혼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신경정신과 환자수가 급증하였다는 얘기가 있다.
타이베이 궈타이 신경정신병원의 천궈화 박사는 선거유세기간동안 선거 후유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가 평소보다 30% 증가했다고 말하면서 『치열한 3강구도 속에 전개돼 온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낙선한 두 후보를 열렬하게 지지해 온 사람들의 좌절감이나 박탈감이 고조돼 선거 후유증 환자가 한층 늘어 나 약 60%의 유권자가 우울증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한바 있다.
정신과 치료차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병원에서도 지지 후보자의 모자를 쓰고 재킷을 입은채 의료진과 간호원들에게 지지후보를 찍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낙선되면 대만은 끝장이라고 고성을 지르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또 사생결단식으로 충성을 바치는 지지자들 중에는 하루종일 후보를 따라다니며 고함을 지르느라 탈진하거나 기절 응급실로 후송되었다고 한다.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 중년 주부는 16일 병원을 찾아와 『도로변에서 좌판 일을 해 온 남편이 한 달 전 가출 전국의 유세장을 쫓아다니는 바람에 가족들의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면서 눈물로 호소. 이밖에도 지지 후보를 놓고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간에도 의견 충돌로 서로 반목하는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대만 사회가 선거 후에도 한동안 심각한 선거 후유증에 시달렸다.
우리라고 다를 것이 없다. 선거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라는 공동체이다. 선거도 그래서 치루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도 이번에 당선되는 사람들이 잘해야 할 것 같다. 한 표를 부탁할 때는 그토록 온유하고 겸손한 듯 하던 그들이 일단 당선만 되고 나면 고자세가 되는 현상은 세월이 가고 세상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그러던 사람들이 선거철만 되면 또 자기들 사진을 크게 만들어 붙이고 훈련된 운동원들과 다니면서 백팔십도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보고 기분 좋아할 사람이 어디 그리 많을까.
그래서 요즘은 「선거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흑색선전과 원색적 비난도 듣기 싫고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데 누굴 찍어야 옳을지 모르겠고 그래서 투표를 안하자니 찜찜하고 하자니 골치 아프고… 그렇더라도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선거철만이라도 높은 사람들이 굽실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 열심히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는 선거 후 후보자가 아니라 시민이 남는 사회를 만드는 비결이다. 한 표의 힘을 발휘하는 시민의 사회 어떤 사람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시민들의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꽃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최세균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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