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란을 통해 「민심은 이론이 아니다」를 강조해 왔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인 48%에 그친 것은 다름 아니다. 저 위로부터 각종 게이트 등 국민의 궁금증을 시원한 해명없이 우물쩍 꿍꿍이만 증폭시키면서 시기를 저울질한 이른바 썩어 문드러진 「권력부패」에 등돌린 民意… 그래서 「한표행사」를 외면했음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正答은 언제나 正道에서 나오는 법 사실보다 더 선명한 진리는 없더라.
이번 월드컵 응원의 뜨거운 열기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자발적 붉은 물결은 전세계를 놀라게 하고 충격을 주고 있다. 16강 성취에의 민족적 염원 - 이렇게 하나된 적이 있었던가? 태극기와 애국심만으로 무장한 우리는 마침내 16강의 역사적 위업을 그것도 당당하게 자력으로 이뤄냈다. 오!대한민국 무궁토록 만만세!!
우리는 여기서 이 위업의 주역인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도처에서 그런 징조가 감돌고 있기도 하다. 그가 선수들을 이끌고 적지(?)에서 평가전을 치루면서 彼我전력의 탐색전에 몰두하고 있을 때 실적의 부진함을 물어 『지금이라도 당장 바꾸자』는 목소리들이 심심찮았던게 사실이다. 그는 그런 판세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외로움을 깨물면서 선수들의 지옥훈련을 계속했다. 체력의 보강과 도전근성의 필요성이 우선순라 판단했던 것이다. 어쩌면 16강에서의 집념은 우리보다 그가 훨씬 구체적으로 심각하고 절박하고 절실했을지 모른다. 「나는 단지 월급쟁이」라는 생각이 꿈틀거렸다면 진작에 팽개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사명감으로 자기무장을 다지며 소신에 목숨을 걸고 끝끝내 우리의 버팀목이 돼주었다. 그가 인천에서의 결전장에 지난번 출전에서 부상한 박지성선수를 투입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단다. 말을 앞세우는 일이 없는 그가 마지막 단계에서 박선수를 기용했고 그 박지성이 귀중한 한 골을 그것도 멋들어지고 정확하게 쏴서 마침내 단군이래 5천년 역사에 가장 희망차고 자랑스런 새章을 열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물질적인 아첨이나 어떤 인맥의 청탁이 통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가능성을 꿰뚫는 達人이엇다. 그가 짚은 우리의 가능성은 16강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라 믿고 싶다.
지도자란 모름지기 우선 깨끗하다는 믿음을 만인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믿음이 신앙에 가까울수록 찬연하다. 매사 羊頭狗肉式에 탐욕의 代身처럼 비치면 만인은 그에게서 멀리 떠난다. 民心이 곧 天心인 까닭이다. 히딩크 감독은 어느때고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단다.
어느 으리으리한 저택의 사나운 살찐개가 통 짖지 않아서 꾸짖으니 『우리집 주인도 도둑인데 누굴 보고 짖으란 말이냐?』며 대들더라는 우스개가 보편화된 마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기권의 속사정을 거기서 찾음이 옳다. 『작은 도둑은 감옥에 가는데 왜 큰 도둑은 높은 자리에 올라 떵떵거리고만 있느냐?』는 항변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번 선거에서 무엇보다 흐뭇한 것은 「3金시대 끝났다」는 예감이라 하겠다. DJ의 後光 호남에서 급속히 약화했고 YS 찾은 노무현은 되려 역효과 JP 충청권에서 영향력 상실이 그 조짐이기 때문이다. 제발 이름 석자나따나 남길 일이지 계속 老醜는 말았으면 싶으다. 자칫 영영 농간의 명사기꾼이 될라. 가죽을 남겨서 면목이 서겠는가?
이번 선거에서의 승자들이여 『거짓말을 하지 말라.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하시던 島山 安昌浩 선생의 恨서린 당부를 명심 또 명심할지어다.
-이기진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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