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잔뜩 움츠린 행인들의 어깨와 쉬지 않고 새어나오는 입김을 보며 체감 추위를 한껏 더 느낀다. 올 겨울은 여느 해보다 맹추위로 시작하고 있다. 12월 초순, 서울의 최저 기온이 17년 만에 가장 매서운 동장군 추위로 나타나 꽁꽁 얼게 만들었다. 지역마다 12월 초순 최저 기온 기록을 경신한 곳이 부지기수이다. 현재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중북부에는 한파경보까지 내려졌을 정도이다.

때 이른 한파에 겨울철 전력 대란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계속되는 한파로 인해 조기 가동을 기대했던 영광원전 역시 연내 전력생산이 어렵게 되었다.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까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을 방문해 기습한파로 인한 겨울철 전력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런 추위는 얼마든지 감내하며 슬기롭게 헤쳐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날아오는 한파 소식은 추위 체감지수를 말할 수 없이 더해주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을 또 낮출 예정이다. 성장률 4% 전망에 백기를 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전망치를 3.3%→2.9%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전망치를 3.4%→3.0%로, 한국은행은 3.8%→3.2%로 각각 낮춰 잡았다. 3%대의 암울한 성장률, 우리들의 가슴을 마냥 춥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대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국민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안겨주어야 할 대선이 국민들의 가슴을 오히려 휑하니 만들고 있어 더더욱 춥다. 미래와 희망은 온 데 간 데 없고 상대방 헐뜯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상대방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토론회장에 나왔다는 막장발언은 국민들을 더욱 춥게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국민들을 은근한 잿불을 담은 질화로처럼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어 다행이다.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움츠린 어깨를 펴주고 있다. 더욱이 우리의 삶터인 안산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축제 행사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안산신문이 제정한 안산상록대상 시상식이다.

안산상록대상 시상식은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안산신문사는 IMF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인 1997년 안산상록대상을 제정했다. 창간 8주년에 즈음해 제정된 이 상은 IMF로 실의에 빠진 시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공직, 사회봉사, 교육, 경영, 의정, 근로 등 많은 분야에서 묵묵히 일해 온 숨은 일꾼들을 발굴, 현재까지 시상하고 있다.

100여명이 넘는 일꾼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모범을 보인 이들이다. 지금도 안산의 발전을 위해 각자 맡은 곳에서 열정을 쏟고 있다.

전국의 지역신문 중 지역에서 이렇게 희망의 상을 제정, 시상한 사례는 안산신문이 처음이다. 재정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한 회도 거르지 않고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뚝심의 내면을 살펴보면 눈물겹기 그지없다.

이번 수상자들의 공적 내용을 보면 가슴이 절로 따뜻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한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수상자들은 이번 수상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더 구슬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더 살기 좋은 삶터 안산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안산을 환히 밝히는 등대와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산상록대상은 어떤 시련과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꿋꿋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임진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뒤돌아보면, 주위의 현실이 힘들고 어려워도 열심히 미래를 위해 살아온 안산시민들이다.

삶터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가장들, 상록대상을 받을 자격이 넘친다. 가정에서 가족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주부들도 상록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음지에서 발발 떠는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잡아주는 봉사자들도 상록대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고 보면 각자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야말로 모두모두 상록대상감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상록대상, 안산신문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12월 14일 오후 3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안산상록대상 축제가 열린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하여 이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달구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5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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