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방송사에서 주말마다 방영하는 「황금신부」라는 TV드라마가 있다. 이제까지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처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진주”인데, 한국인 아버지가 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간 후 소식이 끊겼고, 그녀는 “라이따이한”이란 놀림 속에서 어렵게 자랐다.
어느 날, 그녀는 한국인 아버지를 찾기 위해서 신부감을 구하러 아들의 사진 한 장 들고 베트남에 온 시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와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런데 신랑이 공황장애가 있는 환자였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신랑은 결혼까지 약속한 여인과 함께 미국 유학을 떠났으나 그 곳에서 변심한 여인에게 배신당하고 스토커로 신고 당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출소 후 귀국 했으나 그는 그 충격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폐인이 된 것이다.
꼭 아들의 병을 고쳐 보겠다고 백방으로 노력하던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는 여인이 곁에 있으면 혹 치료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국내에서 구하다 못해 베트남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동안 “진주”는 모든 정성과 사랑을 기울여 신랑의 병을 돌봤고 진심으로 신랑을 사랑했다.
그 결과 기적이 일어났다. 신랑이 완전한 정상인으로 완치된 것이다.
그러나 그 후, 이들 부부에게는 생각지 못했던 시련들이 닥치게 된다. “저렇게 능력 있고 똑똑한 남자가 베트남 신부와 결혼 했느냐?”며 신랑을 유혹해 보려는 여자들이 생겼다. 그때마다 “진주”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갈등을 겪었으나 신랑은 흔들리지 않고 그녀를 사랑하고 배려해 주었다.
어느 날 저녁, “진주”를 위로하던 신랑이 물었다. “진주씨,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요?” 그러자 진주는 “네, 나 그거 알아요.”라며 대답했다. “응. 사랑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가진 10개를 다 주고도 하나를 더 주지 못해 애태우는 것, 그게 사랑이에요. 그거 사랑 맞아요.”」
베트남식 발음을 섞어 어눌하게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맞아. 그게 사랑이야.”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크리스토퍼 리더십 코스”라는 강좌가 있다. 강좌의 마지막쯤에 “사랑의 나눔” 이라는 실천과제가 있는데, 30명의 수강생들이 각기 초 한 자루씩을 들고 둥그렇게 둘러앉은 다음 조명 스위치를 내렸다. 순간 실내는 캄캄해지고, 이어서 강사가 수강생 한 사람이 들고 있는 초에 불을 붙여 주었다. 실내는 촛불 한 개만큼 밝아졌다.
강사가 수강생들을 보고 말했다. “촛불을 들고 계신 분은 옆 자리에 계신 분에게 촛불을 나누어 붙여 주십시오. 그리고 촛불을 나누어 가신 분은 그 옆자리에 계신 분에게 돌아가면서 나누어 주세요.” 잠시 후 촛불은 30개로 늘어났고 실내는 30배로 밝아졌다.
강사가 다시 말했다. “여러분! 촛불은 나눌수록 많아지고 밝아지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여서 나눌수록 커지고 가정이나 사회가 밝아지는 것입니다.” 사랑의 나눔을 체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흔히 경제나 사회가 매우 어려울 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요즘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렵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값의 급등과 계속되는 환율의 하락, 그리고 중국, 인도를 비롯한 후발 경제국들의 급성장으로 인한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서 국제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기업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대선 정국으로 사회는 극도로 분열되어 대선 후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대선 후보들이 각종 장밋빛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대선에 승리해서 남이 한 개를 먹을 때 자기는 3~4개를 먹겠다는 욕심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역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욕심 때문에 한치 앞도 안 보이게 캄캄해진 사회를 밝힐 수 있는 묘약(妙藥)은 과연 없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것을 다 주고도 한 개를 더 주지 못해 애태우는 “진주”와 같은 심정”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다면 자기가 준 것 보다 몇 배나 더 큰 사랑으로 되돌려 받을 것이고, 이런 사랑으로 가꾸는 가정은 아무리 어려운 시련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사랑의 힘인 것이다.
이제 대선 후보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이 진실로 마음을 비우고 캄캄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나누어 주듯이 따뜻한 사랑을 사회에 나누어 주면 우리 가정이나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밝아질 것이다. 「사랑이 가지고 있는 묘약(妙藥)의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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