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1인당 450엔씩의 입장료를 내고 공원 안으로 들어가니 단정한 제복을 입은 여직원이 우리를 맞았다. 그녀는 빽빽하게 들어선 파인애플 나무사이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소로(小路)를 따라 우리 일행을 안내하면서 파인애플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전 세계적으로 파인애플 나무는 4천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약 200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관상용이다. 식용 중에는 거의가 열매를 먹지만 개중에는 잎을 찢어서 먹는 것도 있다.”
여직원은 설명을 하면서 여러 종류의 식용과 관상용, 묘목 등의 파인애플 나무들을 보여 주었다. 불과 10~15분 정도를 걷고 나니 그 길은 어느 건물 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파인애플을 원료로 해서 만든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파는, 면적이 꽤 넓어 보이는 판매장 이었다.
입구에서 나누어 주는 종이 가방을 들고 진열대 사이의 통로를 따라 가면서 보니 시식(試食)용으로 파인애플을 잘게 썰어 놓고 파인애플을 판매하는가 하면, 파인애플로 만든 술, 원액, 파인애플을 섞어 만들었다는 카스테라, 빵을 비롯한 여러 가지 형태의 과자류를 진열해 놓았는데, 코너마다 시식을 권하면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특이하게 생각되는 것들을 골라서 들고 다니던 종이 가방에 담았다.
코스의 마지막에 계산대가 있어 종이 가방에 담았던 것들을 꺼내놓고 계산을 했는데, 빈 가방을 반납할 때에는 다소 멋 적은 기분이 들게 되는 분위기였다.
판매장을 나서면서 몇 사람이 불평을 했다. “ 뭐 이런 경우가 있어! 입장료 받아먹고, 물건 팔아먹고.” 그러나 나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이것이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가 아닌가? 이게 바로 글로벌 시대의 경쟁인데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크기가 제주도보다 조금 더 큰 오키나와 현의 인구가 130만 명인데, 연간 이 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수는 인구의 3배인 4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숫자는 매년 한국을 찾는 전체 관광객 수와 비슷한데, 이런 현상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앞서가는 그들의 노력에서 오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태안 앞바다의 유조선에서 1만 톤이 넘는 원유가 유출됐을 때, 바다로 흘러든 검은 원유는 양식장의 물고기를 떼죽음 시켰고 김이나 미역 양식장을 황폐화 시키면서 서해 바다를 주검의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조류를 타고 해안가로 몰려든 원유는 해수욕장의 백사장을 비롯한 해안가 절벽, 뻘밭과 돌들을 가릴 것 없이 검은 기름으로 덮어 버리고 말았다.
망연자실. 해안가 주민들은 순식간에 몰아닥친 액운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백만 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몰려와 백사장과 뻘밭의 기름을 걷어냈다. 그리고 돌맹이 하나 하나를 손으로 닦아 냈다.
그때, TV화면에 등장한 어느 자원 봉사자가 한 말이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푸켓」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시 몰려오듯이 이곳에도 다시 관광객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우리의 간절한 바람일 뿐이지 「푸켓」의 예에 견주어 말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쓰나미의 큰 재앙이 휩쓸고 간 후 「푸켓」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을 만큼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끔찍한 곳이었지만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세계에서 몰려오고 있었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24마리의 코끼리가 한꺼번에 무대에 등장하는 대형극장, 세계 각국의 음식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3천 평이 넘는 호화로운 레스토랑,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상하(常夏)의 맑은 바다… 등 관광객의 기호에 맞는 여건과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로 글로벌 시대에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 화성시에 150만여 평으로 세계에서 제일 규모가 큰 「유니버셜 테크노파크 스튜디오」를 건설하기로 가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 시설 안에는 각종 체험 시설을 비롯한 명품 아울렛, 골프장, 호텔, 리조트 및 상가들이 들어서게 되고, 완공 후에는 3조원 이상의 경제파급효과와 6만 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 일본,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서 인천시에는 「파라마운트 테크노파크 스튜디오」가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수도권 서해안 지역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외국 관광시설에 만족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의 토산품을 비롯한 공산품, 문화, 동남아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겨울 레포츠 등을 개발해야 한다.
인천 국제 공항에서 가까운 수도권 서해안에서는 국제적으로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질 좋은 포도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오키나와의 파인애플 파크처럼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대형극장과 민속촌, 각종 먹거리 시설 등을 개발해서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한류의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 경쟁시대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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