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엄마가 아기 둘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이 아기들은 모두 엄마 젖을 먹고 있었는데, 큰 놈은 한 때 젖을 뗐었으나 다시 먹기 시작 하면서 젖에 대한 집착이 더욱 강해져서 젖을 먹을 때면 형제가 항상 싸웠습니다.
아빠가 출장가고 없던 어느 날, 큰 놈이 동생을 때리면서 젖을 못 먹게 했습니다. 분을 못 참은 동생은 형을 미워한 나머지 엄마 젖꼭지에 쥐약을 발라 놓았는데 다음 날 아침, 엄마 옆에는 옆집 슈퍼가게 주인인 김 씨 아저씨가 죽어있더랍니다.”
순간, 강의실에는 “하하” “까르르”하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는 이어서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이 김 씨 아저씨는 왜 죽었을까요?” 그러자 “밤중에 남의 집 담을 넘어갔기 때문에”, “주거 침입을 했기 때문에”, “엄마 젖을 빨아 먹었기 때문에” 등등 수많은 대답들이 나왔다.
여기서 나는 단호하게 결론을 내렸다. “이 김 씨 아저씨는 자기의 한구석을 밝히지 않고, 남의 구석을 밝히려했기 때문에 죽은 것입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그의 저서인 「국가론」에서 “국가나 개인을 막론하고 자기가 맡은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다른 일을 하거나 남의 일에 간섭하게 되면 결국은 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갈파했다.
골키퍼가 공격수로 나대는 축구팀,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사단장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는 군대는 패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 씨 아저씨가 죽은 것도 자기일이 아닌 남의 일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 아니겠나?
전 안양대학교 총장이었던 김영실 박사가 「한구석 밝히기」운동을 제창했다. 여기서 「한구석」이란, 「자기가 맡은 일」을 뜻하고 「밝히기」란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실을 거둔다」는 말이다.
정리해 보면 「한구석 밝히기」란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결실을 거두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해 정확한 상황판단을 하고 계획을 세우고,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서 그 일을 완수 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적당히」나 「대충」,「어떻게 되겠지」하는 말은 존재할 수가 없는 단어이다.
가정에서 남편이 자기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아내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녀가 또 그들 일에 최선을 다 하게 되면 그 가정이 밝아지게 되고, 이런 현상이 이웃집으로 전파 돼 가면 그 마을이 밝아지고, 지역사회가 밝아지고, 나아가서 나라 전체가 밝아지게 되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한구석 밝히기 정신으로 국민의 의식을 바꿔나가자고 하는 것이 「한구석 밝히기 실천운동」인 것이다.
지난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목표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이라면서 이것을 위해 수고하고 노력하는 사례들을 열거하던 중에 “바람 찬 바닷가에서 기름띠를 걷어내고 닦아 낸 수많은 자원 봉사자들…… ”을 꼽았다.
백만 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매서운 겨울 바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봉사 활동을 해왔지만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바닷가 주민들은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앞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면 생계가 막막하기만 하다. 그리고 서해바다는 앞으로 얼마를 투자해야 될지, 또 얼마의 세월이 흘러야 청정해역의 옛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그럼 이렇게 참담한 기름 유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아니다. 이 사고는 여기 연관된 사람들이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더라면」발생하지 않았을 인재(人災)였다. 그 원인으로
첫째 : 그 날 풍랑이 심해서 항해에 위험성이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가지고 무리하게 예인선을 출항 시켰다.
둘째 : 유조선 오일 탱크에 구멍이 뚫렸을 때 손상된 탱크에 있는 기름을 다른 빈칸의 탱크로 옮겼거나, 다른 조치를 취했으면 바다의 오렴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셋째 : 오일 펜스를 설치하기 위해 500톤급 선박이 출동했으나 풍랑에 밀려 제 구실을 못하고, 바다의 오염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3천톤급 선박으로 대체되었다.
넷째 : 관계 당국에서는 이런 사고에 대한 대책이 없이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한구석 밝히기 운동」은 일반 봉사 활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국민운동으로 앞으로 천년, 혹은 몇 백 년이 걸릴지 모르는 국민운동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운동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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