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법에 의해 주례를 못하게 됨에 따라 나 같은 사람도 주례를 부탁받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럴 때면 고민하게 된다. 이제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제2의 인생을 출발하려는 한 쌍의 부부에게 “일생동안 버팀목 구실을 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생각 끝에 내가 주례를 할 때면, 언제나 빼놓지 않고 단골 메뉴로 해 주는 말이 있다. “......이제까지 두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신랑은 「신데렐라」공주 같은 아름다운 신부를 배필로 꿈속에 그려봤을 것이고, 신부는 「백마를 탄 왕자」가 나타나 주기를 기다려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왕자나 공주는 일생동안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이상일 뿐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이제까지 이 세상에 백 퍼센트 이상적인 연인상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문학상에 나타나는 「단테」가 이상형의 연인상으로 연모한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 이야기 정도 인데, 현실은 이런 완벽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그리고 좋은 점과 모자라는 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지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앞으로 두 사람은 서로 존중하고,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장점은 칭찬해주며, 서로가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두 분이 꿈꾸던 완벽한 사랑으로 가득 찬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그 과정 속에서 두 분은 인생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 두 분의 가정은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 이 주례사의 한 마디를 두 분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영원히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C사장은 부부간의 성격차이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남편은 부부사이에 생기는 일들을 일일이 기억하거나 가슴속에 쌓아 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아내는 모든 것(특히 좋지 않은 일이나 서운했던 일)을 성황당의 돌무더기처럼 하나하나 쌓아 놓는다. 남편이 약속을 어긴 것,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고 챙겨주지 않은 것, 화이트데이 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해주지 않은 것, 남들 앞에서 무안을 주던 일 등을 가리지 않고 쌓아 놓는다.”
결혼 후 세월이 흘러 달콤했던 신혼 생활의 기억도 사라지고, 장점만 보이던 그에게서 단점이 하나하나 보이게 될 때, 심기가 불편하거나 부부간의 언쟁이 생길 때에는 몇 십 년 전부터의 일들을 한 자도 틀리지 않게 사설을 늘어놓게 된다.
이 말을 듣기 싫어하는 남편과의 사이에는 냉기류(冷氣流)가 흐르게 되고 급기야는 왕자나 공주가 나타나 주기를 바라던 그 시절의 꿈이 그리워진다. 조금 더 진행되면 “남들은 모두 행복하게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사나?” 하고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들 이라고 모두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사는 것 뿐이다.
이럴 때, 주례사를 잊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상대의 단점을 탓하기 전에 서로가 보완해 주며 칭찬해 주고 배려하면서 행복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라”는 것이다. 「행복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고 내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푸른 5월에 이보다 더 좋은 주례사가 또 어디 있겠나?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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