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일제(日帝)강점기 말기(末期), 총독부의 민족 말살 정책에 의해 1939년 일시 중단 되기도 했으나 8.15 해방 이후 1946년부터 날짜를 5월 5일로 바꾸어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재개했다. 이 날은 어린이들이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대접받는 날이다. 고궁을 비롯한 각종시설들이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어린이를 위한 범 국민적인 행사가 베풀어 진다.
가정에서는 어린들이 먹고싶은것, 가지고 싶은것을 아낌없이 사주고, 엄마, 아빠가 이들의 손을 잡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그리고 공원, 동물원 놀이기구 테마공원으로 다니며 하루를 즐겁게 해준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 아현동에서 살았다. 우리집 앞에 자그마한 초등학교가 있었는데 학교가 휴교하는 5월 어느날 (지금 생각하니 8.15해방 이후 일제 때 중단됐던 어린이날 행사를 처음으로 재개했던 1946년 5월 5일 이었다) 아침부터 학교 운동장에 어린이들이 3.3.5.5 모이기 시작했다.
혹은 선생님의 인솔하에, 또는 개인별로 모인 어린이들로 운동장이 가득 찼다. 호기심 강한 나도 학교운동장으로 나가 그들 틈에 끼었다. 오전 10시쯤 선생님의 인솔하에 어린이들이 4열 종대로 대오를 지어 교문(校門)을 나가 어디론가 출발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들틈에 끼어 무작정 따라갔다.
점심때쯤 되어서 남대문 어느 큰 건물앞에 도착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전 서울시 경찰국이 있던 건물이었던것 같다. 잠시 있으려니 서울 시내 전역에서 어린이들이 모여들어 남대문로 앞 도로를 꽉 메웠다.(그 당시는 도로에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그 곳에서 나누어 주는 도시락을 먹은후 시가 행진을 시작했는데, 맨 앞에는 군악대가 서고, 그 다음이 내가 속해 있는 아현동에서 함께 온 어린이들이 서고, 그 다음, 다음쯤에 마이크를 장착한 지프차가 서고, 그 뒤로 어린이들이 줄을 이어 따라왔다.
앞에 가는 군악대 연주에 발을 맞춰 행진하는 것도 신이 났지만, 지프차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입니다!”하고 확성기로 외치면 그 뒤를 따라 고사리같은 주먹을 흔들며 목청높여 복창했다.“어린이를 학대하지 맙시다!” “어린이를 때리지 맙시다!”
이렇게 하루종일 외치며 다니다가 집 앞 학교 운동장으로 돌아 온 것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어둠을 내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집에 들어가니 걱정을 하고 계시던 어머니가 “어디갔다 이제오니? 배 고프겠다. 밥 먹어라”면서 저녁밥상을 차려 주셨다.
내가 밥을 다 먹고 나자, 그동안 아무 말씀 않고 계시던 아버지가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시더니 회초리를 들고 들어오셔서 “종아리를 걷으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종아리를 걷고 서는순간, 몇 대의 매가 사정없이 내종아리를 내려쳤다. 아픔을 못이겨 주저앉으니 등이며 허리로 매가 떨어졌다.
어린 마음에도 이렇게 맞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릎을 꿇고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용서해주세요”하면서 두손을 모아 싹싹 빌었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회초리를 내려놓고 “어디를 가면 말을 하고 가야지 아침에 없어진 놈이 밤이 되도록 소식이 없으니 엄마, 아빠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겠니?” “네. 알아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 사태는 이렇게 끝났지만 하루종일 “어린이를 때리지 말라”고 외치고 다닌 내가 이렇게 매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했다는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그후 나이를 먹으면서 였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수있게 된 것은 내가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부터 였다.
어린이 날, TV에서는 하루종일 어린이를 위주로 한 볼거리, 놀거리, 재롱잔치, 사랑받는 이야기를 방영해 주었고, 거리에서, 공원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젊은이들은 어른이나 노인에게 양보할 줄을 몰랐다.
이날 하루 만 이라도 어린이나, 그 부모들에게 남을 배려하고 양보할줄 아는사람, 그리고 가정이나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것을 알려주고, 소외 당하는 어린이가 없도록 하는 내용의 행사를 구성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가져 보았다. 그래서 겨레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으로, 인류평화에 이바지 할수 있는 세계인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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