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12월도 중순을 넘어섰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등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풀릴 조짐이 없다. 그런 실타래를 풀어나갈 정치인들은 눈 씻고 봐도 없다. 현미경으로 세세하게 조사해도 나오지 않을 판이다. 잘난 척하는 위선자와 범법자들이 득시글거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고개를 돌리면 성탄절 트리가 반짝이고, 각종 송년 모임을 알리는 작은 현수막이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송년 모임’ 낱말이 질화로처럼 따뜻하게 가슴에 들어온다. 나라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만큼 여느 해보다 더 따스하게 들어온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인들끼리 갖는 조촐한 송년 모임이 눈앞에 삼삼인다.
송년 모임은 가족이나 친구들 또는 동호회, 회사 등 특정 단체에서 한 해를 보내며 갖는 모임을 뜻한다. 지나온 한 해를 뒤돌아보며 우의와 친목을 다지는 시간이다. 송년회 또는 망년회란 말은 일본어 투의 단어이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 ‘송년 모임’으로 순화했다. 망년회 다음 송년회, 그다음 송년 모임으로 순차적으로 정하여졌다.
제일 많이 떠오르는 모임이 망년회이다. 젊은 시절, 망년회는 일상어처럼 쓰였다. 한 해 동안의 궂은일을 잊고 새해를 준비하자는 망년회였다. 횟수도 빈번했다. 음주 문화도 지금 생각하면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술을 얼마나 마셨던지 술을 잘못하는 친구들은 술년회라고까지 비하해 불렀을 정도이다. 취할 때까지 마셔야 망년회 본분을 지키는 거라며 2차, 3차, 4차…. 글로는 차마 옮기기 민망할 정도의 술 끝 모습은 지저분했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1970년대의 망년회였다.
1980년 이후 망년회 대신 송년회라는 말로 고쳐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만 바뀌었을 뿐 음주 문화는 도긴개긴이었다. 오죽하면 ‘노털카’라는 권주어까지 유행할 정도였다. 잔을 놓지도 말고 털지도 말고 카하며 원샷 하기이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할 정도의 음주 문화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술을 덜 마시는 대신 문화행사나 사회체험을 곁들이는 송년회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엔 해가 가기 전, 선행을 베풀며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저소득층 가정에 쌀이나 연탄을 배달하고 양로원이나 사회복지시설 그리고 소년소녀 가정에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게 대표적이었다. 그 후 송년회도 송년 모임으로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어로 내놓았다.
우리나라 송년 모임의 변천사 속에 안산신문의 송년의 밤 행사가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행사 제목은 ‘안산신문 가족 송년의 밤’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이 가득 담긴 제목일까?
가족이란 말만 읊조려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족은 대체로 혈연, 혼인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의미한다. 안산신문의 가족 같은 구성원들의 송년의 밤이었다.
송년의 밤 행사는 지난 6일, 한양대 게스트하우스 컨벤션룸에서 열렸다. 이민근 시장을 비롯해 시.도의원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다. 이날 모임에는 200여 명의 안산시민아카데미 원우를 비롯해 안산신문녹색위원회, 안산신문여성위원회위원들이 참여해 안산신문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가는 해를 아쉬워하며 화합을 다졌다. 한 해 동안 안산신문과 지역사회 활동에 모범이 되는 안산신문 가족 14명이 경기도의장상과 안산시장, 안산시의회, 국회의원의 표창도 받는 즐거운 자리가 되기도 하였다.
하학명 회장과 홍철 원장의 인사말도 안산신문 가족을 위하는 “내년에도 안산신문 가족들의 가정의 행복과 사업의 번창을 바란다.”라는 덕담이었다.
이민근 시장은 “안산신문이야말로 안산을 이끌어가는 등불이며 주춧돌인 동시에 시장 자신도 안산시민아카데미 원우.”라는 말에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승필 총동문회장의 “안산신문가족이라는 명예를 갖고 내년에도 더 잘하는 안산신문 가족이 되어주길 바란다”라는 말이 가슴에 여운을 남기게 했다.
안산신문은 군더더기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안산지역의 대표신문인 동시에 선도주자 신문이다. 그동안 지역사회를 대변한 기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금까지 언론의 사명을 단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 이번 송년 모임을 계기로 내년에는 더욱더 미래로 나아가는 안산신문이 될 게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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