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수필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카페에 갔다. 그녀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며 샷을 추가했다. 나도 모르게 “너무 쓰지 않아?”라는 말을 해버렸다. 자연스럽고 푸근한 그녀의 이미지와 강렬한 에스프레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이런 말 자주 들어. 샷 추가로 주문하면 더는 묻지 않더라고.”
 이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선입감의 틀을 자각했다. 친구의 외모와 분위기만으로 그녀의 취향을 판단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선입감이 그녀의 선택을 낯설게 여겼다. 이 일은 선입감과 선입견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 사고의 도구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선입감은 대상에 대해 미리 느끼는 감정적인 반응이다. 이는 주관적이고 즉각적으로 떠오르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의 따뜻한 미소를 보고 “좋은 사람일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선입감이다.
 반면 선입견은 대상에 대한 미리 형성된 고정된 판단을 의미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며 굳어지거나 사회적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떤 성격일 것이라는 믿음이나, 외모만 보고 그 사람의 성향을 단정 짓는 것이 선입견이다. 선입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거나 희미해질 수 있지만, 선입견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경직시키고, 새로운 경험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에스프레소라는 음료 자체에 대해서도 선입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강하고 쓰다’는 단편적인 이미지만 떠올렸지, 실제로 그 맛을 경험해 보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본연의 맛을 농축한 음료로, 짧은 시간 동안 높은 압력으로 추출해 진한 풍미와 향을 담아낸다. 한 잔의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는 풍부한 맛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러나 나는 에스프레소의 참모습을 경험하기도 전에 선입감으로 그 맛을 거부하고 있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외적인 이미지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겉모습이나 직업, 말투 등 표면적인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내면까지 단정 지으려 한다. 그러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을 알아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추출된 커피 위에 생기는 얇은 거품층)를 넘어 그 농축된 맛을 느껴야 하듯이 말이다.
 선입감이나 선입견은 우리에게 익숙한 사고방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좁히고, 세상을 풍부하게 경험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선입감이든 선입견이든, 이를 스스로 자각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에는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며 그 작은 잔에 담긴 커피를 음미할 것이다. 그 진한 풍미를 느끼며 내 삶의 고정관념을 천천히 녹여가고 싶다. 사람과 세상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의 폭을 넓히는 첫걸음이다.
 오늘 나는 어떤 선입감에 얽매여 있는가! 작은 여유를 통해 선입견을 내려놓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는 하루가 되길 희망한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