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국민 애도 분위기를 반영하듯 방송사들은 일제히 오락.연예 프로그램 편성을 취소했고 전국 지자체마다 이벤트성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 또는 축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모두가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온 국민이 충격속에 빠진 지난 23일과 다음날인 24일 이틀동안 안산시는 인기 대중가수의 현란한 춤과 노래를 곁들인 ‘보리밭축제’라는 이벤트 행사를 프로그램 변경없이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거 당일은 물론 임시분향소가 설치되고 추모 행렬이 이어지던 다음날에도 인기가수를 대규모로 초청한 이벤트 행사는 춤과 노래, 흥겨운 박수와 함께 계속됐다.
안산시청 홈페이지에는 이런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의 질책과 비난의 글이 수십건 올라있고 일부 언론보도로까지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된 행사였고, 국민장인지 가족장인지 결정이 안된 상태여서 서거 당일 취소가 어려웠다는 설명인데 안팎의 비난을 모면하기엔 너무도 궁색해 보이는 해명이다. 비록 서거 당일 행사 개막식에 앞서 고인을 애도하는 묵념을 했다지만 애도의 분위기를 훼손할 수 있는 너무 현란한 프로그램만은 다음날에라도 일부 축소하는 등 추모 분위기 동참을 고심했어야 옳았다.
오히려 행사장 주변에 ‘돔구장 건설 촉구’ 현수막이 수십개씩 내걸리고 서명운동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안산시가 이번 이벤트 행사를 강행한 배경을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과연 “시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련 단체가 사전 통보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벌인 일이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을까?
행정은 보편타당성을 갖춰야 하고 민의를 충분히 수렴해 이끌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시민 편의를 위한 것이고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행정이다. 그래야 행정에 신뢰도 얻을 수 있다. 뒤늦게 해명하느라 목을 빼는 것으로는 결코 민의의 신임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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