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변호사

 다만, 무상으로 재산을 받는 것이기에 민법은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증여계약이 서면으로 이루어 지지 아니한 경우(민법제555조), 또는 증여 받는 자의 범죄행위(증여자나 증여자의 배우자, 직계혈족에 대한 범죄행위)나 증여 받는 자가 부양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이거나(민법제556조), 증여계약 후 증여자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어 계약을 이행하면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라면(민법제557조), 증여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증여계약에 따라 이행한 부분에 관하여는 해제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민법제558조). 예를 들어 갑과 을 사이에 갑이 을에게 금 10억원을 증여한다는 내용의 증여계약이 성립하였고, 이후 갑이 을에게 5억원을 증여하였는데, 갑의 재산상태가 현저히 변경되었거나 을이 갑을 상대로 범죄행위를 하였다면, 갑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을에게 지급된 5억원은 유효한 증여로 인정되고, 갑은 이에 대해 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면, 갑은 30여년간 절친하게 지내오던 친구 을이 집도 없이 전전하며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을 보자 갑 소유의 부동산 중 하나를 을에게 증여하기로 을과 합의하였고 이를 문서로 남겼다.

그런데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갑의 사정도 종전과 다르게 되었고, 갑은 자녀 결혼자금 때문에 을에게 주기로 한 집을 매각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만약 이러한 경우 을이 갑의 성의를 생각해서 증여계약을 없던 일로 한다면 좋겠지만, 을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갑은 종전 계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해 주어야 한다.

이처럼 증여는 증여자에게는 법적 의무가 부여되는 계약이기에, 증여자는 늘 신중해야 할 것이다. 증여와 관련되어 문제 될 수 있는 것으로는 ‘부담부 증여’가 있다. 부담부 증여란 증여받는 자가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계약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갑은 사촌 동생 을에게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주기로 하였다면, 이러한 증여는 부담부 증여에 해당하는 것이다. 부담부 증여는 일반 계약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만약 을이 증여를 받은 후 자신의 의무인 제사를 지내지 아니한다면, 갑은 부담부 증여 계약을 해제하고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다시 찾아 올 수 있다.

증여와 관련하여 최근 문제된 것으로는 예를 들어 갑이 사용목적을 정하여 거액의 돈을 기부하였는데, 기부된 돈이 사용목적과 달리 사용된 경우, 증여자는 이를 이유로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가 하는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부담부 증여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따라서 목적과 다른 사용여부를 떠나 증여를 해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입법적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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