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당사자에게는 일정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원고는 소를 제기하려면 우선 법이 정하고 있는 인지대를 지불해야 할 것이고 만약 감정을 신청하는 경우라면 감정비용도 우선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소송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출되는 소송비용은 '소송비용 패소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처리되고, 소송비용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해야 하는지는 판결문에도 명시된다.
▲ 문성식 변호사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상대로 약정금 1억원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 소송에서 갑의 주장이 모두 받아 들여 졌다면, 판결문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금 1억원을 지급하라'라는 주문과 더불어 '소송비용은 피고(을)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소송비용 부담에 관한 주문도 들어가게 되고, 갑은 법원으로부터 소송비용이 얼마인가에 관한 확인을 받아 을에게는 위 1억원과 별개로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만약 갑이 위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면, 변호사 선임비용도 소송비용의 일종이므로, 갑은 소송 진행을 위한 변호사 비용도 청구할 수는 있다. 다만, 소송비용으로 인정되는 변호사 선임비용은 '변호사보수의소송비용산입에관한규칙'에서 정하는 요율표에 따라 산정되고, 따라서 실제로 소송을 위해 지급된 변호사 선임료 전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즉, 위 예에서 갑이 금 1억원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위해 변호사 비용으로 금 700만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인정되는 소송비용은 실제 지급한 금액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위 소송에서 갑이 패소하였다면, 소송비용은 원고인 갑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을이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였다면 위와 같은 절차와 기준에 따라 확정된 소송비용을 추후 갑에게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위 소송에서 금 1억원이 아닌 금 8,000만원이 인용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소송비용은 인용금액 비율에 따라 배분되고, 결국 갑은 소송비용 중 1/5를, 을은 4./5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소송 진행 중 갑과 을 사이에 조정이 성립될 수 있고(강제집행을 통해 금 1억원을 회수하기보다 을로부터 바로 금 7,000만원을 지급 받는 것이 갑에게는 실질적인 이득이 될 수 있고, 을은 금 3,000만원이 감액된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통상적인 경우 '소송비용과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라고 정리되고, 이러한 방식으로 소송이 종결된 경우라면, 갑은 을에게 소송비용을 별도로 구할 수 없다.
이처럼 소송결과에 따라 소송비용은 대법원규칙이 정한 기준에 따라 당사자 일방이 전부, 또는 쌍방이 일정 비율에 따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승소한 자는 원칙적으로 그 이상의 비용을 실제로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그 비용을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안이 이렇게만 처리된다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당한 자는 실제로 지출한 비용과 인정된 소송비용의 차액만큼을 그대로 손해 보게 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손해가 적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한 자에게는 실제로 지출된 소송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최근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소송을 제기한 자가 패소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면,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까지도 이어질 수 도 있고, 이런 이유로 법원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밝혀 두고 있는 것이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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