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의 스타, 트로트 가수 백성민 씨가 4집 앨범 '그림자'를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다.

◆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한 가수

“이름없는 무명 가수로 살아가는 것 만큼 힘들고 고달픈 것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가수생활을 쉽게 버릴 수는 없더라고요. 천상 노래 부를 팔자인가 봐요.”

트로트 가수 백성민. 대중들로부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가수는 아니지만 지난 31년 세월 동안 세 번의 음반을 냈다. 세상에 발표한 곡만 30여 곡에 이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고향인 전라북도 김제를 떠나 어릴 때부터 키워 온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갔다.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고되고 힘들 때는 노래가 유일한 위로가 됐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은 그래도 행복했다.

무명 가수의 삶은 생각보다 너무 고달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로는 생계를 위해 그토록 꿈꾸던 가수의 길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1990년, 개인적으로 연고도 없는 경기도 안산에 새 삶의 둥지를 틀었다. 서울을 떠난 건 먹고 살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택배 기사로, 택시 운전사로, 건축현장 막노동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이곳저곳 몸이 아픈 것 이상으로 마음 한 켠은 더 시리고 고통스러웠다. 힘들고 지칠수록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커졌다. 가수. 그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인생이란 걸 그 때 알았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머릿속에서 무대를 지울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가수 생활을 접은 지 1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죠.”

◆ 올 봄 4집 음반 '그림자' 발매

“이번 4집은 14년 만에 나오는 앨범이에요. 내 인생의 마지막 음반이라고 생각하고 수년 전부터 혼신을 다해 곡 작업을 해왔어요. 지금 녹음이 마무리 단계여서 봄쯤에는 팬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무대에 서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생각에 백성민은 가슴이 뛴다.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움 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가수인생 마지막 음반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는 백성민 이다.

“타이틀 곡은 ‘그림자’ 예요. 한 여자가 남자에게 버림을 받지만 남자를 너무 사랑하기에 그림자라도 되어 그의 곁에 머물고 싶다는 애절한 내용을 담고 있죠.”

타이틀 곡 ‘그림자’는 그의 인생 축소판이다. 인기없는 가수로 살면서도 다시 무대에 서는 그에게 ‘노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연인’과도 같다. 그래서 주저없이 타이틀 곡으로 정했다. 그래도  ‘그림자’의 여인은 집착하듯 ‘연인’ 곁에 머물지만 그는 ‘행복’ 때문에 ‘연인’을 떠날 수 없다.

◆ 후배들을 위한 무대 준비로 새 꿈 키워

▲ 가수 인생 31년, 백성민 씨는 지역 가수 후배들에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는 또 다른 꿈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행사에는 저처럼 지역을 발판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좀 더 많이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비싼 몸값 받아 가면서 단 몇 곡 부르고 가버리는 유명 가수와는 달리 지역 가수들은 열정과 혼신을 다해 관객과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거든요.”

그는 이번 앨범을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후배들을 돕는 선배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재능이 있는데도 자주 무대에 서지 못하는 후배들을 볼 때 누구보다 가장 가슴 아프고 안타깝기 때문이다. 

“소질이 있어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밤무대를 전전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너무 많아요. 제 자신도 그랬거든요.” 

백성민. 방송 매체나 화려한 무대는 아니어도 그는 안산에서는 제법 이름이 오르내리는 트로트 가수다. 20여 년간 안산에서 지역활동을 꾸준히 해 온 탓이다. 이젠 후배들과 함께 하는 무대를 자주 만들고 싶다.

4집 앨범을 들고 팬들 앞에 다시 서는 ‘무명 가수 백성민’. 힘은 들었지만 30여 년 가수인생에 후회는 없다. 새 음반으로 새로운 행복을 꿈꾼다.
 

김선광 기자  ace1357@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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