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숙 여성인력개발센터 자원활동가

결혼하고 1년쯤 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던 이유는 좀 더 여유 있고 편안한 환경에서 임신을 계획하기 위해서였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듯 태어난 아이는 이렇게 가족에게 큰 기쁨이 되지만, 이 기쁨의 이면에는 안타깝고 힘든 일상이 자리한다.

계획 없이 직장을 그만두었기에 한 사람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예측할 수 없었고, 아이에게 들어가는 양육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데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연로하셔서 생활비를 드려야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금전적인 어려움이 엄청 났다. 게다가 가사와 육아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몸이 피곤한 가운데서도 무언지 모를 허전함이 계속 되어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첫돌이 지난 아이에게도 사교육을 시키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가능한 한 내 아이 교육은 내가 직접 해야겠다는 결심하에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찾아 ‘NIE 지도사’ 과정을 공부하며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자리 잡았던 어떤 억눌림이 ‘확’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과정을 수료하고 3년 넘게 동사무소 미래경영센터에서 NIE를 지도하고, 지역아동센터와 교회 공부방에서 NIE 봉사를 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직장의 근무환경도 좋다면 다시 종일근무제 직장을 다닐 의향이 있나?’ 나의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지금도 양가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가 전체 수입가운데 15%를 웃돈다. 이 외에도 주택구입용도로 받았던 대출상환비와 양육비,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에게 노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짐을 지우지 않으려면 우리 부부의 노후대책 등을 생각하면 이제 남편 혼자서 경제생활을 도맡아한다는 것은 정말 무리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성이 일하기 좋은 사회, 여성이 일하기 좋은 직장’에 대한 꿈을 꾸게 된다. 날마다 출산율이 저조하다면서 사교육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바뀌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한 사회, 여성이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회사가 아니라 축하연을 베풀어주는 회사(저출산 국가에서 의식 있는 회사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게 눈치 보이지 않고, 아이가 보육원에 들어갈 시기가 되면 대기업이나 중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탁아시설에 맡기고, 소기업에서는 비슷한 형편의 회사가 연합하여 한 곳에 탁아시설을 운영해 믿고 맡기며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회사, 지역 보건소에서도 월 1회 순회 근무를 하며 아이들 예방주사와 발육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복지정책이 자리 잡은 사회, 학교와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협조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뿌리내릴 수 없는 사회(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아동 대상 범죄와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에 대해서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 성인이 될 수 있을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이런 사회, 이런 회사에서 나의 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하며, 아이가 맘껏 뛰놀고 공부할 수 있다면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일하는 엄마로서의 자부심과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 좋은 딸이 될 수 있는 기회, 나만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이 땅의 모든 여성들에게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미숙  여성인력개발센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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