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특히 피해학생의 유서 그리고 가해학생들과 피해학생 사이에 오간 문자들을 통해, 분명히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들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큰 이유는 이것이 단순한 1회성 사건이 아니고, 현재에도 어디선가 유사사건이 진행중일 것이고, 미래에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의 범죄 추세를 볼 때, 그 폭력성과 잔인성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에, 앞으로 발생할 사건들은 우리사회를 더욱 경악시킬 것입니다. 즉 이 사건은 앞으로 닥칠 사건들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예견이 결코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님은 통계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경기도교육청이지난달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2010년 경기도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신체폭행 1,299건, 협박 74건, 금품갈취 213건, 집단따돌림 72건 등 모두 2,014건에이릅니다.

이 수치는 2009년의학교폭력 1,308건에비해 54.1%나 증가한 것 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것은 ‘공식확인’된 청소년 범죄만 이렇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드러나지 않았거나 은폐, 묵인된 사건들은 아예 통계조차 낼 수가 없습니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교육당국은 최근 갑자기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부 ‘대책’들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대책들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말만 바꾼, 일종의 ‘돌려막기’ 대책들입니다. 즉 최근 불거진 문제들이 이미 그런 대책들은 실효 없음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여전히 탁상행정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지금까지의 대책들이 예상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했을까요?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대책들이교육당국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사실상 그 뿌리를 복잡한 사회문제에 두고 있습니다. 즉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가 교육현장일 뿐, 그 원인은 일선 교육현장을 훨씬 벗어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당국만 닦달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의 관련 부처들이 다 함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교육계의 답답한 상황은 사실상 관련부처들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면, 이번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은 단지 교육당국의 소홀한 관리감독만을 탓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 사건은 최근 군대, 연예계, 신용불량계층 등에서 발생하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폭력’이라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사건은 사회적 취약계층들이 각종 위협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마땅히 ‘구조요청’을 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축소판입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다양한 이유로 인권유린을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법령을 몰라서 당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만큼 치안 및 사법당국들에 대하여 불신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막가파식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아닙니까? 사실 우리나라 엘리트층도 유사한 특권의식을 가지고 있기에 ‘벤츠 여검사’ 사건 같은 황당한 비리를 저지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 정부가 이런 복합적인 사건에 대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교육당국에만 모든 책임을 밀어붙이면 나오는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피해의식 확산에 따른 사적(私的) 보복’이 급증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실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8일 한 명문대 교수가 자신의 초등학생 딸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남자 동급생을 직접 학교에서 만나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교수의 태도는 당당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당국이 이런 일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기에 자신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 주목할 현상은 이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 찬반으로 팽팽하게 갈렸다는 점입니다. 즉 제2, 제3의 사적 보복이 발생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땜질이 아닌 ‘정식 공사’를 해야 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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