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선거철만 되면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들을 남발합니다. ‘일단 되고 보자’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부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수세에 몰린 측일수록 무리한 공약을 내놓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기존 정치권들이 상당히 수세에 몰린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양대정당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이 과거 대선후보 ‘허OO’씨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계산법이 있긴 하지만,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왜 이제 와서야 하겠다고 난리법석을 피우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더 일찍 실현했더라면 국민들에게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주었을 텐데, 왜 ‘종료시간’이 다 되어서야 잔치상을 보여주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들 중에 하나가 바로 사병들의 월급 인상안입니다. 최근 여당은 사병들의 월급을 현재 9만원에서 40만원까지 올리는 안을 공약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 이유로 주요 국방예산까지 삭감되는 판에, 무려 50만명 이상이 되는 군인들의 월급을 어떻게 4-5배나 올릴 것인지,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사병들이 이 정도면, 군대 간부들의 월급은 거의 대기업 임직원들의 수준으로 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흘리개들의 ‘무상급식’조차 어렵다던 여당이 어디서 이런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전에 발표된 공약들은 차치하고, 최근 1달 이내에 언론들을 통해 소개된 여야 대표급 정당들의 ‘민생’ 공약들만 해도 다음과 같습니다.

여당은 핵심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대학생에게 2년간 장학금을 주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 올린다고 합니다. 600만 비정규직 종사자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년연장도 법제화될 전망입니다. 반면 야당은 청년고용을 매년 3%씩 늘리도록 의무화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졸 청년들에게 2년간 반값등록금에 상응하는1천200만원을 나눠주며, 미취업청년에겐 최저임금의 80%를지급한다고 합니다.

또한 군복무자에게는 월 30만원씩 21개월간 적립한 630만원을 제대할 때 한꺼번에 사회복귀지원금으로 준다고 합니다.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은 기본이고, 곧 무상주거의 개념에 입각한 부동산 정책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마이너’도 아닌 ‘메이저 리거’들이 이런 식의 공약들을 한다면, 과거 대선후보 허씨는 ‘시대를 한참 앞서 간 선각자’입니까? 1990년대 당시 허씨의 ‘민생’ 공약은 이러했습니다.

‘결혼하면 남녀 각각 5천만원 씩 지급, 자녀 낳으면 3천만원, 대학생 하숙비지원 50만원.’ 양대 정당들과 허씨는 오십 보, 백 보 아닙니까? 그러니, 허씨가 이번 대선에도 또 출마한다는 설까지 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 정치권의 ‘정치 개그’에 대하여 한 여당 중진 정치인은 이렇게 일침을 놓았습니다. “(여당이) 집권한 체제하에서 총선이 치러지는데 (지금까지도 못해줬으면서) 추가로 뭘 해준다고 이야기 해봐야국민이 수긍하지 않는다. 말로는 할 수 있어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는 안하는게 현명하다.” 또한 양대정당들의 공약들이 얼마나 어이없는 수준인지, 최근 한 언론사설은 이렇게 비꼬았습니다. “누가 대통령돼도 한국은 천국.”

기존 정치권이 그동안 국민들 모르게 막대한 비자금이라도 마련한 것일까요? 그래서 얼핏 보면 현 상황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장면 같기도 합니다. 집에 갑자기 재정적 위기가 닥쳤을 때, 아내가 남편에게 목돈이 든 통장을 내놓으며 ‘그동안 내가 틈틈이 모아둔 거야.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 …’라고 말하는감동적인 장면이 연상됩니다. 그럼 이 대목에서 우리 국민들은 엄청나게 감동해야 맞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정당들의 ‘말장난’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감동이 아닌 냉소라는 사실을 정치권이 빨리 알아차리기를 기대합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정치권의 달콤한 ‘막대사탕’에 현혹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정치권이 생각하는 것만큼 저능아가 아닙니다. 기존 정치권은 제발 순진한 국민 ‘꼬시려고’ 하지 말고, 좀 더실제적으로‘가슴에 와 닿는 그리고 목숨 걸고 지킬 약속’을 발표해 주십시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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