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선심성 정책들과 공약들의 경우,국민들의철저한 검증과 비판을 통하여 철회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그런 후보자들을 선출하지 않으면 됩니다.

하지만, 법률의 경우, 일단 국회 입법절차가 끝나고 공포까지 되면 다시 철회하거나 수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률시행 후 위헌판결이라도 나면, 해당 법률의 영향력 범위 내에서는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합니다. 이런 점에서, 면밀한 검증이 선행되지 않는 선심성 법률제정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를 한듯, 여야 정치권은 모처럼 ‘한마음’이 되어 무리한 법률제정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 법률안이 ‘위헌’소지까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법률안의 문제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소급입법, 2. 사유재산 침해, 3. 형평성 위배.

물론 왜 이런 무리수까지 쓰면서, 정치권이 이 법률안을 밀어붙이는지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습니다. 부산지역이 이번 총선의 최대 격전지 중의 한 곳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피해자들이 몰려 있는 부산 지역의 환심을 얻는 것이 이 법안을 발의한 정치권의 주요 목표일 것’이라는 계산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지난 13일, 대통령이 나서서 소위 ‘표(票)퓰리즘’을 초기부터 막으라는 지시를 정부 각 부처에 하달하면서, 이 법률안을 심의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하여, 이 법률안을 의결해야 할여야 정치권은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물론 이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국회 정무위원회도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습니다: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발생한 사태이며, 정부가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이 법률안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은 이성보다는 국민의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보통 70~80대의 고령자이고, 생활수준도 낮다. 4~5년씩 소송을 진행할 능력이 없다. 전국에 8만4천명의 피해자가 있고, 특별법 외에는 신속한 보상이 안된다고 해서 입법하게 되었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얘기하는데, 이들의 피눈물을 닦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한 민주통합당 대변인은‘하루아침에재산을날린저축은행피해자들이 누구의 잘못으로 길거리에 내몰렸는가? 법을 논의하기 이전에 이들의 아픔을 다스려줄 법적, 제도적 방법을 찾는 최소한의 인간적 기본예의를 갖추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물론 심정적으로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도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평생동안 피땀 흘려 벌어들인 전 재산을 맡긴 서민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률을 ‘동정심’만으로 제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법률을 만들면 모든 법질서는 단박에 무너지고 맙니다.

또한 정치권이 언제부터 그렇게 ‘온정적’이었습니까? 그리고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만들어야 되는 특별법이 한두 가지입니까? 그래도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피해자들은 현행법률 아래에서도 5,000만원까지의 원리금에 대해서는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이번 법률안의 수혜자들은 원칙적으로현금 보유액이 5,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당장 10만원도 수중에 없어서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과연 그토록 ‘온정적인’ 정치권은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또한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근본 책임이 어디에 있습니까? 부실 저축은행들의 경영진뿐만 아니라 기존 정치권도 이번 사태의 공동 책임자가 아닙니까? 그런데 왜 그 책임을 애꿎은 국민이 짊어져야 합니까? 이익은 자신들이 챙기고, 책임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불법폭력조직’이나 하는 일이 아닙니까?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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