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채 논설위원

“나는 이 세상을 약자와 강자,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그 어떤 일을 해낸 사람과 해내지 못한 사람으로 나눈다” 이 분류법이 납득이 가고 마음에 드는 것은 약자와 강자,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의 자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뒤바뀔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공부하는 사람과 공부하지 않는 사람, 배우려는 사람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해 버리는 사람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고 말할 수 있다.

배우는 사람이야말로 주변의 모든 이야기와 현실이 온 마음을 열고 귀를 귀울이며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게 세상을 향해 또 사람들을 향해 열려있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일에서조차도 교훈을 얻어내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은 한번 저지른 실수는 두번 다시 하지 않는 조심성과 투지,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둠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성실을 가진 사람들이다.

중요한것은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결과론적인 문제가 아니라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무시하는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어느 편에 속하는 사람인지 자신을 한번 가만히 들여다보자. 도전과 실패,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개발 없이는 어느 누구도 정상에 오를 수 없다.

정상은 커녕 단순히 계속되는 보편적인 직장 생활에서조차도 도태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한 세계의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적이고 필수 조건인 언어 능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제 갓 입사한 사회 초년생에서부터 대기업의 경영자나 임원들까지 출근 이전의 새벽 시간이나 퇴근 이후의 저녁시간, 밤 시간을 이용해서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고 있다. 뿐만아니라 급변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제 상식에 관한 정보 수집은 기본이다.

다국적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넘어서 무국적의 3차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쓸만한 정보를 알아내고, 세상의 굵은 흐름이나 정서를 알기 위해서도 컴퓨터를 다루는 것 또한 이미 기본이 되어 버렸다.

특히 기술직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 기술자들의 경우에는 새로운 기술이 발표될 때마다 따로 보완을 해주어야 하고, 그런 신기술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기 위해서 따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렇듯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쌓여 있는게 오늘날 전세계 모든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이런 기술 면과 기능 면에 있어서의 자기 개발과 배움은 빠른 속도로 재편될 21세기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그러나 전적으로 물질 문명에 짓눌리고 압도 당하게 되면 우리 인류의 정신 문화가 황폐해질 위험스러운 여지가 있는데, 이미 곳곳에서 정신문화의 누수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자기 개발과 새로운 학습은 반드시 물질 세계나 기계 기술의 문명에 한정되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보이지 않는 무엇에선가의 배움,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가족과 동료와 이웃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건져내는 그 보석같은 정신적 깨우침은 21세기를 주도하려는 우리 사회가 우선적으로 정비하고 받아들여야 할 과제인 것이다.

무엇인가를 항상 배우고 깨우치며 산다는 것은 최선을 향해, 또 최고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것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적응력이나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근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거기에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철학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삶의 철학, 생활의 노하우를 뿌리 깊게 묻어 두고 있어야 한다.

‘채근담’의 한 구절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세상이 안정되어 일을 때는 네모나게 살고 세상이 어려울 때는 둥글둥글하게 살아라. 말세 때는 흐름을 따라 때로는 둥글게 또 때로는 네모나게 살아라”

사실 네모나게 살고, 둥글게 살고, 또 때로는 지조없이 이렇게도 살고 저렇게도 살라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로 이 오묘한 처세술을 우리 현실 생활에 적용하기에는 웬만큼 주도 면밀함과 인내와 성실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또 가장 중요한 것은 네모나게 살든 둥글둥글하게 살든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 살든간에 꽉 막힌 골방에서는둥근게 무엇이고, 네모난게 무엇인지조차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시대에서 가장 요구되는 미덕은 열린 사회의 투명성과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개방성과 투명성은 우리 사회를 항상 공부하는 사회로 이끌어줄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무쪼록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작고 보잘것 없다고 생각되는 작은것 하나에서부터 정말로 배우고 챙겨둬야 할 열까지를 겸손하게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면 우리 사회는 21세기를 향한 강력한 터보엔진 하나를 보너스로 얻게 될 것이다.

박규채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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