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 중소기업연수원 연수기획 처장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지난 겨울을 보내고 맞이하는 ‘봄’ 이라서 그런지 더욱 반갑고 향기롭다.

더욱 깊어지는 봄내음과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며 새로운 희망과 함께 한편으로는 연수원 바로 옆 공단에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봄이 왔는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20여년간 중소기업지원업무를 담당해서 그런지 모든 일을 중소기업과 연관시키게 된다.

반월, 시화공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에게 그들의 사업에도 ‘봄’이 왔느냐고 물으면 몇몇 잘나가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예외 없이 ‘아니오’ 라고 답할 것 같다.

많은 성장을 이뤘음에도 더 큰 비전달성을 위해 ‘아니오’ 라고 답하는 기업들도 있겠지만 악화된 경영환경은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봄’을 맞이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지식경제부에서 제조업체 체감경기가 3분기 연속 기준치 이하로 하락했음을 발표했다. 주 요인으로는 유럽리스크, 미국 경기회복, 중동발 유가불안 등에 있다고 한다.

앞의 요인들은 국내 대부분 기업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시장잠식‘, ’고질적인 자금난과 인력난‘ 이라는 3가지 난제들이 더해져 ’꽃피는 봄‘은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언제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어렵지 않았던 때가 있었는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소기업인들의 끈질긴 노력과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노력이 우리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경영활동을 가능하게끔 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에 따른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사회적인 관심이 대, 중소기업 상생에 맞춰지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책도 여전히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인력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고민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통해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일에서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해서 단순계산하면 1,250일, 근무일 기준 약 5년 이상 같은 직무에 종사할 때 ‘전문가’(숙련가)로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취업포탈 사람인이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의 평균 채용률은 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입사 후 1년 이내 이직율은 18%로 대기업(10%)의 2배 수준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필요인력의 반 밖에 채용하지 못한 상황속에서 그나마 채용한 인원들 마저 1년 이내 5명 중에 한 명꼴로 관두고 있다는 말이다. 당장 사업체는 꾸려 나가겠지만, 인적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성장은 요원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발한 직원들이 담당 직무의 ‘전문가’로 성장해서 조직에 기여할 수 있을 때까지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중소기업의 인적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아닌가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들은 핵심인력일수록 금전적 보상과 함께 ‘학습’과 ‘도전’의 기회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을 통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회사의 정책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인력유지전략’의 중요한 화두인 것이다.

그 어떤 유능한 젊은 인재가 자신의 성장이 보이지 않는 조직에 긴 시간 몸을 담겠는가? 30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반월, 시화공단과 함께 해온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재는 공단 내 주력기업으로 성장한 ‘00전기’, ‘00공업’ 등 대다수의 중견기업들을 살펴보면 창업 초기부터 중소기업연수원에 지속적으로 직원교육을 보내오고 있다.

비록 5일 이내 단기간 이루어지는 교육 이라 하더라도 직원육성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은 충분히 전달 되어 내가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을 직원들이 하게 되는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회사가 당신과 함께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주기에 ‘교육’ 만큼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승진이나 보상제도 등 ‘인사제도’와 맞물려 운영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중소기업연수원에서는 중소기업종사자를 위한 직무역량 강화교육이 연간 700회 이상 이루어지고 있어 그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공공기관으로서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맞춰져 있어 교육비용도 민간의 60~70% 수준이며 납입한 교육비의 약 40%는 노동부에서 환급 받을 수 있는 과정이 대부분으로 비용적인 부담도 매우 적은편이다. 안산지역 중소기업들에게는 직원육성에 매우 좋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연수원은 개원 이래 연수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작년에 누적연수인원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연간 7만명 이상의 중소기업인이 연수에 참가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처음 기술연수 몇 개 과정을 가지고 연수원을 열었을 때를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비해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우리 중소기업 경영진들을 만나보면 당장의 경영활동에 쫓겨 인력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체계적인 인력육성은 대기업에서나 할 일이지 당장 먹고살기 바쁜 작은 기업에게는 ‘꿈’ 같은 얘기라는 것이다.

경영진이 인재육성을 통한 인력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기업 활동의 주체인 인적경쟁력은 강화될 수 없으며, 그 기업은 소규모 기업으로 그 생을 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꽃피는 봄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맞이하러 달려갈 것인가? 직원들에게 ‘교육’이라는 신발을 신기는 중소기업만이 봄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자체적으로 교육하기 힘들다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중소기업을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연수원의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기억해서 활용하길 바란다.

정재환 중소기업연수원 연수기획 처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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