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링컨 대통령이 갈파한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말이다. 동양에선 나이 40을 不惑이라 일컬어 소신에 흔들림이 없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말한다. 같은 맥락이다.
최근들어 정권말기 현상의 하나로 관례화된 일부 국회의원들의 堂籍이동이 시작됐다. 양지찾아 탈당 이합집산하는 꼴불견들 - 짜증나는 철새 정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문득 5·16 군사정법에 세워졌던 장면 총리가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이자 방청하던 朴順天 총재가 『저것을 ×이 달렸다고 총리를 시켰더니…』라며 혀를 차면서 일어섰다는 정계야화가 떠오르누나. 아마도 「여자 속에서 나와 여자보다 못한 것 같으니라구」라며 개탄했음이었을 성싶다. 하필 이럴 때 염라대왕의 그 준엄하신 총기를 흐리게 한 사건이 함께 떠오르는 것일까? 어지럽다.
한 여인이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죽었다. 염라대왕이 골똘히 챙기시더니 『너는 52년 하고도 8개월 5일 후에나 올 차례다』라며 선선히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전혀 뜻밖의 처분에 감격해 얼떨떨해졌던 여인이 다시 정신을 추스린 끝에 결연히 외쳤다. 산울림이 꽤나 청명했다.
『내가 이러고 있을 일이 아니지… 남은 52년 하고도 8개월 5일을 멋지고도 호강스럽게 살아야 한다!』 여인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소문난 성형외과를 거쳐 일류 미용실을 돌아 으리으리한 의상실을 두루 기웃거리느라 며칠을 보내고는 몰라보게 달라진 자기 모습을 거울 속에서 자랑스레 확인 또 확인한 후에야 『세상 사람들아 날 주목하라!』 외치며 밖으로 나섰는데 때마침 폭주족이 신나게 몰던 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다시 염라대왕 앞에 선 여인은 소리소리 지르며 약속을 어긴 염라대왕께 강하게 항의했다. 염라대왕이 돋보기에 확대경까지 동원해 찬찬히 챙기시더니 『얼굴이 몰라보게 달라졌으니 난들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一事不再理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느니라』는 단 한마디 뿐.
이승에서도 염라대왕 못지않는 名判決이 있었다. 자유단 전성기 때의 일이다. 사교춤에 뛰어나고 용모 또한 수려한 朴仁秀라는 젊은이에게 여대생을 비롯하여 많은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구름 모이듯이 몰렸다. 그는 여유롭게 골라가며 챙겼는데도 그 수가 엄청났다. 그로서는 다름아닌 적선이요 보시한다는 가벼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그를 독점하려던 욕심이 빗나간 아가씨에 의해 고소당하고 법정에 서게 됐다. 都下 신문들은 대서특필로 그를 희대의 색마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윽고 판결이 내리는 날 재판장은 權某판사였다. 판결은 언론과 세인의 과녁과는 전혀 달랐다.
『…자기가 스스로 지키지 아니한 정조까지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다』
그렇다. 미상불 잡화상 같은 우리네 정치판에서 머잖아 철새들의 환상적인 群舞를 보게 될 터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치인이 스스로 지키지 아니한 지조까지 유권자가 지켜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회와 탈당이 무슨 관계있다고 국회 본회의를 거부하다니 국회가 어디 놀이터던가? 철새는 날아도 국회는 열어야 한다. 맨날 「네 탓」만 있고 「내 탓」은 없는 저들의 이름이 「정치인」이라고? 택도 없다! 높은 신분에도 그들의 짝짓기가 부끄럼을 모른다면 길가에서 태연하게 짝짓기하는 개와 다를게 뭐람…
-이기진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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