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국장

안산경실련에서 2011년부터 ‘행복한 책읽기’ 모임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월 1회 모이고 있다. 주제도 다양하게 선정하여 멤버들끼리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서로 토론하고 싶은 얘기를 나눈다. 결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니까

지난 4월 22일에 모여 읽은 책은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이야기’라는 책이다. 물건이 추출,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폐기)로 버려지기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소상하게 펼쳐놓은 책이다.

마치 우리 몸의 구조가 피부, 뼈, 신경계로 대략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매커니즘이 복잡한 것처럼 ‘추출’ 과정 하나로 어떻게 환경이 파괴되는지, 노동이 어떻게 착취되는지 거대한 기업의 로비력, 마을이 어떻게 공동체성을 잃어가는지 설명해준다.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애니 레너드’는 자신이 자란 숲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대학에 다니면서 뉴욕거리에 줄줄이 나와 있는 쓰레기 봉지들을 보면서 해답을 찾으러 세계 곳곳을 20년! 동안 돌아다닌다.

21세기 석유라고 하는 ‘물’은 지구상의 1%만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커피한잔을 마시기 위해 약 14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콜탄’은 열에 잘 견디는 광물질인데 세계 매장량의 80%가 콩고 지역에 있다. 콜탄을 얻으려고 짙푸른 숲으로 몰려가서 국립공원과 지역을 파괴하고 고릴라를 잡아 먹고 서식지를 해집어 놓았다. “유럽과 미국 어린이들이 거실에 앉아 가상의 외계인을 죽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콩고 어린이들은 탄광에 끌려가 죽는다”.. 이 단적인 예가 물건의 추출과정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례이다. 우리가 저렴하게 구매하는 티셔츠는 면화재배를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고, 그것을 가공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기계를 사용하고, 직물의 불순물이나 표백을 위해 다량의 화학약품을 사용하며 다량의 폐수를 발생시킨다. 이것이 의류로 탄생하기까지 열악한 노동환경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티셔츠 한 장이 전 생산과정에 2.3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소비란 필요에 의해서 사용하는 것인데 오늘날에는 정서적 사회적 욕구를 쇼핑으로 충족시키려고 하고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인은 평생 1년에 해당하는 광고를 보면서 산다.

어릴 때부터 광고를 보다 보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 소비촉진을 위한 업계의 두 가지 책략은 새로운 물건에 유행의 속도를 높이며 내 물건이 구식이 되도록 느끼게 하는 것이며, 물건을 수리하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낮다는 것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필요한 소비를 못해서 생존을 겨우 해가는 국민이 있는가 하면 너무 많이 써버리는 세계의 개인 소비 격차가 너무 크다. 상위 20%가 소비의 77%를 쓰고, 하위 20%가 1.5%의 소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꼭 필독하시길 바란다.

책 한권을 가지고 생각을 공유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밥을 같이 먹는 것 만큼 소중하다. 책읽기가 단순한 지식 쌓기가 아니라 좀 더 성숙한 사회를 위해서 한 시민의 ‘깨어있기’는 매우 소중하다. 그것이 필자가 이 모임을 3년 동안 참석하는 이유다. 책은 자기 개발의 도구가 아니라 자기 발견의 도구라는 플라톤 할아버지의 말씀을 늘 기억하면서..

“어떤 것이든 그것 하나만 꺼내려 해도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이 함께 당겨져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글귀이다.

김혜숙 안산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국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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