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화재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파수꾼들이 있다. 『소방관』으로 불리우는 소방공무원들이다. 세계 각국의 소방관들은 화재현장에서 화염 고열 폭발 감전 붕괴 등 복합적인 위험 속에 노출되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직종으로 분류되며 유사시 응분의 보훈 혜택을 받고 있다. 사고 현장의 소방관은 만능의 해결사나 영웅으로 묘사되며 순직자의 장례식에는 시민들의 줄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은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닌 선진제국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면 OECD가입국이자 IT 강국인 우리나라의 소방현실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응분의 혜택 못 받는 보훈제도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서 발췌한 어느 소방관의 피맺힌 호소문이다.
「존경하는 대통령님!
저는 15년 간을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자로서 근무중 『만성신부전증』을 앓게 되어 병원에서 이틀에 한번씩 평생을 혈액투석을 받 아야 한다고 의사는 말합니다. 하루에도 10여 차례 화재현장에서 화마와 싸울 때에 공기호흡기 및 개인 안전장구를 착용한다고 해도 화재시 발생하는 수십 가지의 유해한 독성가스에서 백퍼센트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게 우리 소방의 현실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선 후배 소방공무원들이 화재 구조 구급활동 중에서 얻은 많은 직업병을 앓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이 화재현장 진압활동을 주 임무로 하고 있고 그로 인하여 공공의 안녕 질서유지와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하여 이바지하는 것은 군경(軍警)의 역할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경우는 『공무상 얻은 질병』으로 퇴직한 자나 그 유족 또는 가족은 국가 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예우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공무원은 『화재진압 또는 구조 구급업무 수행중 사망한자와 상이를 입은 자』로 보훈대상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며 『공무상 얻은 질병』에 대하여는 보훈대상에서 제외되어있어 처지가 막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있으며 가족들은 저만 쳐다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저 또한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다가 얻은 병마입니다. 추후에 병세가 악화되어서 제가 이 세상을 떠나도 아내와 아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아버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공상군경과 마찬가지의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시기를 엎드려 부탁드립니다」
이 소방관의 애절한 호소문에서 보는바와 같이 군경(軍警)에 비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 위험 속에서 국민들의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은 소방관들은 보훈의 혜택을 받는데 있어 엄청난 차등의 대우를 받고 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경찰은 전투 기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중 사망한자(공상질병으로 사망한자 포함) 및 공상자에게 보훈혜택을 받도록 하고있으나 소방관들은 교육훈련 및 공상질병으로 사망한자 공상자에게는 보훈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2. 경찰은 전투 기타 직무수행중 순직한 자에 대하여 보상금을 지급토록 되어있으나 소방관은 보상금 지급이 특별공로 순직자로 한정되어 있다.
3. 경찰은 전투 또는 임무수행중 전사 또는 순직한 자를 국립묘지 경찰묘역에 안장하도록 되어있으나 소방관은 국가 또는 사회에 공헌한 공로가 현저한 자중 사망한자로서 국방부 장관의 제청에 의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한 자에 한하여 일반 묘역에 안장할 수 있도록 복잡한 절차로 제한하고 있다.
□부상당한 소방관 70% 치료비 일부 본인이 부담
국회 이윤성 의원의 국감 보고자료에 따르면 소방관들의 경우 화재 진압이나 구조활동중 부상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소방관이 50%를 넘고있으며 이중 70% 이상이 부상을 당한 후 치료비중 일부를 본인이 직접 부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방관의 피해보상대책과 관련해 현행 공무원 연금법은 소방관이 화재진압 작업중 입은 부상은 의료보험 수가가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서만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상한 소방관이 MRI 촬영을 원할 경우 의료보험수가가 적용되는 부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특진료도 지급하지 못하며 방실료도 6인 기준으로 책정돼 있어 특진이나 특실을 이용한다면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화상을 입었을 경우 그 상처가 아물 때까지만 치료해 주고 성형수술은 자비로 치료해야 한다.
작년 3월 5일. 홍제동 소방관 순직사고가 난 다음날 저녁 TV뉴스 시간에 대담자로 나선 어느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부상을 당하면 정부에서 치료해 주는 줄 알았는데 자비로 치료를 해야 한다니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진압이나 인명을 구출하겠느냐?』고 절규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
일선 소방관이 받는 매월3만원의 위험수당도 턱없이 낮은 처우이다. 서울 강서 소방서 119구조대의 한 소방사는 『생명보험등 각종보험에 들어가는 돈만 월 20여 만원에 이른다』며 『현행수당과 패해보상책은 목숨이 오가는 절대절명의 화재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관 사기를 꺾는 처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제 긴 겨울의 화재 철은 다가오는데 화마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소방관들의 대우를 이렇게 하고도 안심하고 단잠을 잘 수 있을까?
-이재중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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