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안산대학교 건축디자인과 교수

저는 2012년 3월초에 미국 시애틀에 있는 레이크 워싱턴 공과대 학교에 교환교수로 연구학기를 지내고 왔다.

시애틀에 잠못 이루는 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애틀에는 훌륭한 현대건축 작품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시애틀 공공도서관, EMP 뮤지엄, 성 이그나티우스 채플관은 나를 보고 활짝 미소를 지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 게리, 스티븐 홀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역시민들과 소통하며,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살아 숨 쉬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시애틀공공도서관.

거의 매일 방문하여 건축연구를 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작품들을 보고 저 자신이 스케치한 작품을 돌아와 스케치북을 펼쳐 보는 순간, 나의 에스키스 속에서 다시 시애틀로 돌아가 있는 듯 했다.

최근의 CF의 말처럼“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라고 하였지만 에스키스 한 스케치는 본 것 이상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건축은 우리 자신과 세상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을 위한 물리적 구축환경이며, 인간과 자연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가능케 한다.

시애틀EMP뮤지엄.

건축물의 모든 구성요소들 속에서 건축가들은 즐거움을 느끼고, 아름다움으로 부터 힐링(Healing)을 한다. 건축가의 힐링은 단지 지식과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보는 즉시 자신의 사유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미지 표현방법 중 건축 드로잉은 어떤 대상을 사람의 눈을 통해 의미의 정보를 재해석하고 인식하며, 이를 손을 통해 종이위에 시각화 할 수 있는 디자인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손으로 그리는 능력을 갖추기 보다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감동을 표현하는 열정과 습득과정의 훈련이 요구된다. 건축드로잉에는 에스키스와 스케치

시애틀대학교내 성 이나티우스 채플.

의 두 가지 있다.

에스키스(Esquisse)란 건축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의 구상이나 아이디어를 계획하여 실험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스케치(Sketch)는 이미 존재하는 대상을 주제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하는 스케치는 모두 에스키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케치를 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건축가의 길에 입문 한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단순히 본 모든 것을 스케치 하는 순간 에스키스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건축을 스케치하는 순간 건축가가 되기 때문이다. 건축을 오감으로 보고 느끼며 그리는 순간 당신의 스케치는 단순한 스케치가 아닌 에스키스가 되는 것이다.

주진형 안산대학교건축디자인과 교수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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