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대엔 아무도 대신 서 주지 않는다」하였으니 당사자들의 기쁨이나 좌절이 오죽하랴. 이 글은 좌절을 맛보고 있을 당사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는 나의 충정이다. 결단코 그것이 눈물의 씨앗일 순 없지요.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링컨은 초등학교 문앞에도 간 적이 없이 남의 책을 빌려가며 순전히 독학으로 변호사가 됐고 정계에 진출했던 인물인데 그가 의회에 보내는 연두교서는 언제나 친필이었으며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문장력인데다가 문법상 오류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남부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흑인 노예의 해방을 실현시킨 소신과 신념의 정치가였다. 그로 인해 암살 당하면서까지.
세계적 발명왕 에디슨은 저능아로 분류되어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지만 그가 인류문명을 위해 남긴 업적은 눈부시게 영원토록 찬연하다. 그렇지만 그가 富를 축적했다는 후문은 없다. 다이나마이트로 막대한 유산을 남긴 노벨과는 사뭇 상반된 시고었다.
아인슈타인은 대학입시에서 낙방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날 그의 물리학에 대한 권위를 왈가왈부할 자 있겠는가? 그런 그가 노벨물리상을 탔을 때 그 상금의 절반을 뚝 떼어 이혼한 전처에게 보낸 인간성이며 독립한 이스라엘에서 그를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하고자 특사가 미국에 있는 그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 맨발로 맞으면서 『나는 평생 학문 말고는 아는 것이 없으니…』라며 정중히 사양했다니 분수를 아는 처세는 믿기지 않을 정도가 아닌가? 그래서 더욱 위대하다.
물론 미래라는 낱말 속엔 많은 희망과 기대가 내재되어 있다. 막연하나마 우리를 꿈꾸게 한다. 修能시험은 분명 그 잣대의 하나이다. 당사자들이나 그 가족들에겐 당장은 그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진정 걱정하는 것은 도대체가 인생에 있어 무엇이 소중하며 어떤 것이 가치로운가에 대한 기준의 뒤죽박죽인가 싶으다. 개판같아 뿌옇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미래의 문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그 문을 여는 열쇠값은 엄청난 것이다. 인생이 장난이 아니라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다음 예화들이 좋은 약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미국의 명문고교에서 전과목 A학점을 받은 우리 교포학생이 하버드대학 의과를 지망했는데 면접시험에서 그만 낙방하고 말았다. 까닭인즉 그가 고교 재학중에 공부는 뛰어났지만 봉사활동을 한 실적이 전무했으며 더구나 장차 의사가 되겠다면서 단 한번도 獻血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 부적격 판정의 사유였다는 것이다. 人性이 문제시된 것이다.
또 독일의 유치원 교육에 대한 예화는 더 놀랍고 감동을 자아낸다. 유치원 생활 2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편에 내일 소풍간다는 통지서가 왔는데 도시락을 준비하지 말고 그 값을 현금으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당일 보모들은 원아들을 인솔하여 슈퍼마켓으로 가선 각자 가진 돈으로 자유로이 사라고 일렀다. 그 말이 떨어지자 어떤 아이는 몽땅 아이스크림을 어떤 아이는 초콜렛을 저마다 선택이 달랐는데 산 꼭대기에 올라가 잔뜩 배가 고픈 시각에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아이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지만 아이스크림은 이미 녹아서 버려야 했고 초콜렛으로는 요기가 되지 못했다. 결국 빵과 음료수를 산 아이들만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영국의 이튼스쿨은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영국 명사들의 21%를 배출한다는 명문 중의 명문이다. 에머슨의 말을 빌리면 교풍 때문이라는데 그 인간교육의 틀은 대충 이러하단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투철한 사람 남의 약점을 터뜨리지 않는 사람 고자질을 하지 않는 사람 나만이… 하는 고고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사람 자신에 대해 악하거나 비굴하지 않는 사람 신경질적으로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 약자를 깔보지 않는 사람 배신하지 않는 사람 남의 이목을 끌려고 하지 않는 사람 남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람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사람 공적인 일에 용기를 부리는 사람이란다. 문제는 교풍으로 자리매김 되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명문대학 합격자를 많이 내는 학교가 명문교가 아니라 어떤 인간을 만들어내느냐가 명문교의 기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험 잘 치는 「기계」를 만드는 명문교가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그런 의미의 명문교인 것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시험 때 더러 컨닝하려는 친구에게 일부러 誤答을 가르쳐 준다고도 하고 또 기마놀이 같은 때 서로 말(馬)이 되지 않으려고 해서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다 보니 약한 자가 말이 되는 바람에 결국 상대에게 지고 만다고도 한다. 그러니 우리의 젠틀맨십은 어느 세월에 정착할꼬? 때마침 바람까지 차가워서 움츠리니 가슴이 시리다. 훈훈한 생활분위기가 더욱 그리워진다.
그동안 꿈을 위해 분망하는 자유를 꾹 억제해 온 수험생 여러분과 마음고생 많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립니다. 그러나 내일에는 반드시 또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뜰 것입니다.
-이기진 안산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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