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40일도 더 지났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입증하듯이, 길거리를 다니면 이제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웃음소리,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월호 사고가 남긴 상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후부터 큰 사건사고 소식만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얼마 전에 고양 터미널 지하1층에서 화재가 일어나서 수십 명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이 사고 소식을 보는데, 피해자들이 겪었을 고통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가슴이 아팠던 것은, 이번 사고도 역시 세월호 사고와 마찬가지로 자연적인 사고가 아니라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입니다. 페인트와 신나 냄새가 지독한 가운데 용접 작업을 했다가 불이 난 것부터 문제였습니다. 화재대처시스템은 더욱 문제였습니다.

불을 꺼야 할 스프링쿨러와 연기 및 불을 차단해야 할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과 연기가 삽시간에 퍼졌던 것입니다. 안내 방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대피하다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소방차가 신고를 받은 지 4분만에 출동해서 20분만에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유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일어났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스프링쿨러, 방화셔터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터미널 측의 잘못이 크지만 그보다 더 큰 잘못은 페인트나 신나 같은 인화성 물질을 그대로 두고 작업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원래 용접을 할 때에는 인화성 물질을 되도록 멀리해야 합니다. 또한 페인트나 신나 같은 인화성 물질의 유증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환기를 잘 시켜야 합니다.

특히 지하 등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해야 할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고 당일 고양터미널에서 작업했던 인부들이 이러한 안전수칙을 몰랐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지켜야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업인부들은 아는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작업했습니다. 터미널 측에서 압력을 넣었든, 아니면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하는 작업 인부들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었든,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았을 때 결국 인재(人災)가 터졌던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고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바꾸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저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법과 윤리와 수칙들을 실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는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지도자로서의 윤리와 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일반 시민들도 아무리 손해를 보더라도, 법과 윤리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이것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인재(人災), 사고는 막을 수 있습니다.

수백 년 전에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년)은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지식이 곧 힘이다” 하지만 많은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그 명언을 바꾸어야 될 것 같습니다. “실천이 곧 힘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이제부터 내가 아는 것들부터 실천해봅시다. 예를 들면 무단횡단 하지 않기, 구급차에게 길 비켜주기, 순서대로 버스타기 등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이러한 것들을 지켜서, 지도자들이 민심을 무서워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봅시다.

우리안산넷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