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여! 어제를 털고 빗장 풀어 가슴을 열어서 평화의 상징인 "순한 羊을 닮아 새해엔 악한 일 없길"다함께 기원하자.
21세기 첫 대통령이 출범하는 첫해 벽두부터 우리 사회는 북한 핵 무제와 이라크전쟁 위기등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는 한파의 영향권 한가운데에 있다.
대선에서 나타난 지역갈등과 반목 전쟁의 암운을 걷어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새 대통룡을 구심점으로 온 국민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래서 양의 해는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액운을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상서로운 동물인 양의 상징성은 시대의 소명인 "평화의 해" 정착 이미지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영화로도 친숙한 마가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는 유명한 말로 끝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원문에는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이다"로 되어 있다.
생각해 보면 '또 다른'이라는 말은 참으로 신비한 말이다. 이제 연륜의 바퀴를 다시 한번 돌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여유와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해는 과거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을 약속하는 말이다. 우리 모두 또 다른 시작에 적극 동참하자.
상황이 이러하고 우리의 소망이 이러한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아랑곳 아니하는 듯 벌써부터 '세대갈등'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한나라·민주 소장파 - 중진 黨개혁 인식차 증폭하여 급기야 "자기들만 백로고 나머지는 까마귀냐?"면서 목청을 높이고 있음이다. 속내는 '자리욕심'인 것이다. 더럽고 치사하긴 결국 매한가지로구나.
정약용은 일찍이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면서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른다"라고 했다. 가마 멘 것은 주권을 가진 국민이였건만 저희들이 뭘 했다고 논공행상을 좌지우지하려 하는가? 그러다가 다시 大統領을 大盜領의 반열에 올려놓고 망가뜨릴 셈인가?
여태 모범이라곤 없었으니 보고 듣고 배운 짓이 그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리가 곧 출세요 명예이며 돈이라고 길들여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모범이 될 두 인물의 사례를 드니 좀 배우고 따르라고요.
그 하나. 白凡 金九 선생이 광복된 고국에 돌아와서 그동안 국내 자금책인 안의상을 통해 임시정부에 자금을 대준 경주의 최부자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장부를 대조하니 단 한 푼의 오차도 없었다. 물론 김구 선생의 감탄도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최부자는 안의상에게 자금을 내주면서도 이중에서 절반만 제대로 전달돼도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던 터에 아니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최부자는 그 길로 의령 땅에 있는 안의상 선생의 묘소를 찾아가서 깊이 사죄하고 통곡해 마지않았다는 것이다. 자기 한 몸 조국 독립의 도구로 바친 거룩함에...
그 둘. 1924년 어느 겨울 저녁이었다. 영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이자 보수당의 정치가인 그랜드가 지하철을 타보기로 했다. 붐비는 차안에서 둘레를 살펴보니 60세 가까운 노신사가 손잡이를 꼭 붙잡고 서 있었다. 노동당의 당수이자 현직 총리인 맥도널드였다.
"이 늦은 시간에 왜 자동차를 안 타시고 지하철로 돌아가십니까?"
"자동차는 정부의 공무용이라서요"
"허니 총리께서는 나라의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인데 자동차로 편히 돌아가시는 게 나라를 위해 좋지 않겠습니까?"
" 옳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不正의 대부분은 그럴싸한 美名아래 이뤄지는 법이지요"
이튿날 그래드는 승용차 한 대를 총리에게 선물했다는 얘기다.
스위스 대통령은 출퇴근을 자가용으로 하며 집무중에만 대통령 전용차를 쓴다고 현지에서 들었다. 그러니 民을 植民地로 여기고 수탈을 일삼는 일이 있겠는가?
바라건대 21세기를 이끌어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大和合의 政治를 신앙으로 삼아 바다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마주보자. 서로 무릎 맞대고 맑은 대화를- 서로 박꽃 같은 환한 웃음으로 찡한 화해를- 내 가슴 빠개어 속살로 다가서자.
희망이 있는 고통은 産母의 陣痛처럼 늘 아름다운 것.
눈을 들어 더 높게 더 넓게 더 옹골차게 선을 길게 그으면서 곧은 길가며 후손들에게 탄탄한 길 터주자.
끝으로 박용채의 시 <겨울 북한강에서>의 첫 구절을 소리높이 읊는다. 청정한 메아리를 기대하면서 ...
때묻은 마음 헹구러/ 겨울 북한강에 갔었네/ 등이 허연 강물에 마음 담근채/ 강대들의 허리를 어루만지는/ 남루한 바람 한 잎 만났네/ 저만큼 밤하늘에 핀 별 하나가/ 강물 속에 집을 집는 것을 보았네.
내가 먼저 변해야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오아시스로 만들어질 것이다.
<안산신문 논설위원 이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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