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3일째, 오후 9시가 넘어서 김범일 교장과의 면담기회가 주어졌다. 교관의 안내로 면담시간이 정해졌고, 강의가 모두 끝난 늦은 시간에 이사장실을 같이 동행한 직원과 함께 찾아갔다.

먼저, 강의 시간을 통해 그에 대한 면모를 볼 수 있는 계기가 있었지만, 막상 가까운 곳에서 대면하니 더욱 그의 진솔함 면과 근면, 성실한 자세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생활하는 자세라든지, 모든 면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점을 보고 다시 한 번 그의 생활에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를 대하면서 ‘나도 나이가 먹었을 때 저 분처럼 고매한 인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의아심과 정말 배우고 싶은 생활 태도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사장과의 대화는 이 달의 행사와 현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월 초 쯤해서 유럽쪽으로 출국한다는 말과 독일과 여러 국가 방문 등 꽉 짜여져 있는 계획표에 대한 얘기와 지금 우리민족이 처해있는 IMF시대에 대해서 간단한 처방 또한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정치인에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가 근검 절약해야 하고, 불필요한 경비는 최소화 시키는 등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운동이 범 국민적으로 진행되어 이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고,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바른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말하는 것을 보니, 정말로 개척정신이 투철하신 분이라는 점이 새삼 느껴졌다. 그리고 면담이 진행되는 교육기간 동안 맛보지 못한 차라도 대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가져 보았지만 역시 기대일 뿐이었다.

늦은 시간, 이사장과 면담을 나누면서 그의 모습을 통해 오늘의 가나안이 있기까지 이들의 바른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병행하며 지금과 같은 삶을 추구했기 때문에 지금의 금자탑이 있지 않았을까 느껴본다. 교육의 마지막날, 오늘은 인근 신림동산을 경유해 등산이 있는 날이다.

오후에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오르게 되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자랑하는 사시사철 경치 좋은 치악산 자락, 인근산의 설경 또는 장관이었다. 한적한 산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곳, 계곡에는 활엽수, 침엽수가 곧게 뻗어 있어 겨울산의 운치를 마음껏 느끼기에 충분하였고, 또한 잡목이 우거져 주변 경관과 어울려 위압감마저 있다.

올라가는 등산코스는 숲속길로 이어진다. 경사가 무척 가파른 것이 마치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산중에 부는 바람이 가슴속에 파고들고, 산세에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이 명소가 아닌가 싶다.

산의 7부 능선에 오르니 온통 주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서 한 겨울의 청신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온다. 이런 하얀 눈과 숲을 보고 있노라면 그런 흰눈을 밟아보고 싶어진다. 정상쪽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 겨울 산행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외치게 된다.

어느덧 꼭대기쪽에 다달아 산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마치 속세와 인연을 끊은 불가의 법도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겨울 산행에 대해 대체적인 반문이 있다. 추운데 왜 산에 오르냐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겨울산은 역시 호연지기를 다지는데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심신의 단련과 짜릿한 산행의 묘미를 원하는 사람은 겨울 산행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다닌다. 이 곳 치악산 자락 겨울 산행의 정치는 정말 제격이다. 하산하면서 로프도 타고 오솔길을 걸으며 약수터도 지났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면서 산행에서 오는 나른함을 달랠 수 있었고, 물맛 또한 깨끗하고 상쾌하였다. 이렇게 하산하고 나니 정말 큰 것을 해낸 성취감이 느껴졌고, 오늘 저녁에 잠이 잘 오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4일째 이곳에서의 마지막 밤, 저녁 강의시간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 가장의 죽음으로 그 가족의 비애를 다룬 단막극을 교육생들이 직접 준비해 이를 통해 죽음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가족들의 당황과 가장을 잃은 슬픔 등이 표현되었으며, 그에 따른 가족의 갈등과 수습과정을 보게 되었다.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닥쳐올 죽음에 대해, 철학이나 종교적인 문제를 떠나 언젠간 가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지 않은가? 허무한 자체만이 인생이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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