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생활의 마지막 날이다. 일찍 예전대로 기상했지만 무사히 교육을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에 긴장이 조금 풀린 아침이다. 새벽점호를 마친 후 산책시간이 주어졌다.

산행의 코스는 정상에 있는 나라를 위한 구국 기도실 견학과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가족 공동묘지를 들러오는 순이다. 먼저 산악 등산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새벽 공기를 가르며 정상으로 향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눈길에 아침 길은 더욱 더 난코스란 기분이다. 아직 달이 중천에 걸쳐있는 새벽녘에 산으로 향한다는 것, 시야도 잘 보이지 않고 미끄럽기도 하고, 조심하며 겨우 정상까지 도착했다. 작은 구국 기도원을 돌아 오는 길에 가족묘지를 방문했다.

가로 폭이 165센티(신체길이) 정도의 작고 아담한 십자가의 공동묘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조상의 묘소를 넓은 명당터에 위치하면 후손들이 번성한다는 다소의 믿음을 가지고 관리하는데 반해, 몇 평내 외의 묘소와 봉분을 보고선 조그만 국토에 잘못된 묘지문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어, 간단한 아침과목의 강의를 긑내고 비로소 모든 것을 마치는 수료식이 거행됐다. 그동안 정들었던 68명의 동기들과 작별인사를 청했다. 처음엔 모르는 얼굴들이었지만 정들자 마자 석별의 정을 나누어야 하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 없었다.

인생은 언제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듯이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자리로 떠나야 했다. 차에 짐을 싣고 운동장을 빠져 나오려고 하니 다시 한번 이곳에 올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간 눈에 익었던 이곳, 저곳의 건물의 모습과 산천의 풍경을 눈에 넣었다.

그리고 흰 눈 쌓인 운동장을 빠져나오니, 정말 쓸쓸한 느낌까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나의 직장의 내일을 위하여 돌아간다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서울로 향했다. 제1의림지를 보고 제2 의림저수지에 들렀다. 그곳에선 공어 낚시가 한창이었다.

그래 필자도 어린 시절이 생각나 저수지에 내려가 태공의 바구니를 보니 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제철이라 하지만, 예상보다 잘 잡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의림지를 한바퀴 돌아본 후, 제천을 뒤로 하고 차를 돌려 상경길에 올랐다.

금번 교육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고단했던 삶에 대한 보상인가, 아니면 내면 깊은곳에서 간절하게 갈망했던 내 삶의 전환이고, 재충전의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에 대한 추억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그때의 설렘과 흘린 땀을 잊지 않고 모든 일에 새로움으로 임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도 병행한다.

달리는 차 안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번 가나안 농군학교 교육에서 내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마음속 깊이 '할 수 있다'는 의지력과 새파란 희망을 가지게 해준 것, 그리고 험한 세상을 펼쳐 나갈 개척정신,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끝으로 이번 가나안 농군학교 교육을 통해 미력하지만 남을 위해서 근로, 봉사, 희생하는 자세의 생활 철학을 몸소 익히고 실천하며, 이런 미흡한 글을 통하여 이 부분에 관심 있는 분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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