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름없는 젊은 선비시절 길을 가다가 황소와 검정소 두 마리를 몰아 논을 가는 농부를 보고 큰소리로 “어느 소가 힘이 더 세느냐”고 묻자 농부가 부랴부랴 논가에 걸어나와 나직하게 “그야 검정소가 힘이 세지요”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왜 선 자리에서 대답하면 될 일을?”하자 “만약 짐승이지만 알아들었으면 황소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이었다. 黃喜는 그때 받은 교훈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전한다.
公의 집 창 밖에 있는 복숭아나무에 이웃집 아이들이 올라가 모조리 따 먹고 있었다. 들창을 열고 公이 얼굴을 내어밀며 나지막하게 타이른다. “다 따 먹지 말아라. 나도 맛을 좀 보아야지”
나무랄 줄 알고 놀랐던 아이들이 公의 온화한 목소리에 안심하고 남김없이 다 따 먹어 버렸다.
公의 집 으슥한 마당 구석에서 젊은 여종과 사내종이 지나치게 희롱을 하고 있었다. 公이 지나다가 흘깃 보고는 그저 웃기만 하자 이에 두 남녀 종은 公 앞에 엎드려 待罪를 한다. 그는 “노예도 역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어찌 천성까지 함부로 다스리리오”라고 혼자말을 했다.
그런 公이 장남인 호조판서 황치신이 새로 지은 집 집들이로 만조백관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렸다. 물론 公도 그 집을 찾아든다. 집안을 두루 돌아본 公이 아무 말도 없이 나가 버렸다. 그러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백관들이 불안해하면서 하나 둘 일어났다. 이에 크게 뉘우친 아들은 이튿날 그 집을 버리고 조촐하고 작은 집을 마련했다.
公의 초라한 집에 世宗이 방문한 적이 있었다. 임금이 방안에 들어와 보고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 적어도 나라의 명망 높은 재상 집인데 花紋席은 아닐지라도 장판쯤은 깔릴 것이라는 선입관이 크게 배신당했기 때문이다. 그가 잠자는 방바닥에는 짚멍석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입만 열면 애국애족을 내세우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기업의 돈이나 마구잡이로 뜯어다가 정치한답시고는 떵떵거리면서 더러는 그 틈새에 일부를 빼돌려 미국에 빌딩을 장만한 자도 있다는 검찰의 발표이다. 이거야말로 떼날강도가 아니고 무엇이랴. 기업인을 죽게 만든 간접살인자들이 활개치는 판국이다.
어느 측면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의 정치풍토 참으로 통분하여 피를 토할 심정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는 고사하고 하늘을 쳐다볼 수조차 없는 작자들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 어느 세월에 百年河淸을 기대하랴.
나는 이런 관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의는 검은 속셈이 따로 깔려있지 아니하는 한 겸허하고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어는 演士가 공공연히 “나는 노무현을 대통령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는 무례를 바로잡을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리더십이란 항상 고차원의 견지에서 권모술수와 남이 발휘하지 못하는 용기와 智謀에서 우러나는 것만은 아니다. 일상의 주변에서 풍기는 인간미와 인덕과 인정이 쌓이고 그 쌓이고 쌓인 核에서 발사되는 방사선으로 형성된 리더십이야말로 생명이 있고 또 침투력이 강한 리더십인 것이다」라고 결론지은 이규태 씨의 논조에 전폭 공감한다.
칼릴 지브란(미국)이 쓴 <눈(眼) 이야기>를 여기에 곁드리는 까닭은 독자에게 판단을 맡긴다.
어느 날 눈이 말했다. “몇개의 계곡을 지나 푸른 안개에 뒤덮인 산이 보인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귀가 그 말을 듣고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에 이렇게 말했다. “산이 어디 있지? 나에게는 들리지 않아”
손이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산이 만져지거나 느껴질 수 있는 것인지 시험해 보았지만 허무하게 끝났어. 나에게는 산이 느껴지지 않았어”
코가 말했다. “산 같은 것은 없어. 냄새도 나지 않는데 뭐.”
그리하여 눈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말았다. 다른 자들은 모두 눈이 일으킨 혼란에 대하여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말했다. “아무래도 눈이 미친 것 같아”
요즘 이라크 파명문제로 국익 논쟁이 한창 시끄럽다. 제발 유일하게 제대로 산을 본 눈마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해선 될 일이 아닐 성싶다.
<이기진 논설위원님 webmaster@an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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