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하여 시행하는 감사를 말한다. 10월 7일 시작해 26일 끝났다. 고성과 막말을 해댔던 이전 국정감사와 하나 다를 바 없다. 아니 몇 단계 그런 쪽으로 더 진화한 느낌이다. 왜 아직도 이런 국정감사가 존재해야 하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하긴 이런 국정감사마저 없다면 더 엉망진창이겠지만…. 맹탕 국정감사에 국민들에게 부아만 치솟게 한 감사. 그런 국감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떠오른 구절이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 너무도 유명한 말이다. 민주주의를 가장 잘 나타낸 말로,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링컨이 한 말이다. 유년시절 사회시험에 나왔던 기억까지 떠오른다.
‘국민의 정치’는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에 의한 정치’는 국민에 의해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며, ‘국민을 위한 정치’는 모든 국민이 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정치를 의미한다. 그야말로 정치의 모든 것이 국민에게 모아져야 됨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제2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민주주의의 실현을 도모해야 함을 의미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보면서 의원들의 머릿속에 과연 이런 구절이 들어있기라도 한 것일까? 의구심만 들었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의원이 많고, 밀릴 것 같으면 고성과 막말에 인상까지 써가며 몰아붙이려는 작태는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여당 의원이 지난 22일 국정감사장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는 모습이 뉴스를 탔다. 의원 신분이라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하지 못할 일이다. 3년 전,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을 하다 망신을 샀다고 한다. 사과야 했지만 이게 어디 사과로 끝날 일인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만, 그런 사람에게 혈세를 주는 나라꼴이 우습다. 가차 없이 잘라야하는 게 아닌가. 의원 법을 무섭게 바꾸어야 한다.
서울 전세난은 전국으로 도미노 현상처럼 퍼지고 있다. 감사장에서 홍 부총리는 “작은 대책이든 큰 대책이든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관계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 들어 24번째 헛발질만 해대는 요지부동 부동산대책이다. 전세 대란을 촉발한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부총리는 자신이 입안한 임대차법에 걸려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쫓겨나야 할 위기에 처해있다. 부총리를 조롱, 인터넷에 패러디한 사진과 글은 단연 해외토픽감이다.
부동산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여전히 전세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할 말 없으면 저금리 탓과 언론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에 이젠 이골이 났다. 무법부라 불리는 법무부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윤 총장의 말 한 마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당 야당도 볼썽사납고, 라임사태의 핵심인물인 사기꾼의 옥중편지에 목을 매는 법무부를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23일 과방위의 국정감사는 시쳇말로 개판이었다. 여야 간 반말과 욕설이 오가면서 막장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막말 퍼레이드에 위원장의 의사봉까지 내동댕이치는 모습은 두고두고 재방영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현 정부는 역대 정부에 비교해 볼 때 장관들을 잘 바꾸지 않는 편이다. 집값 폭등에도 국토부 장관은 최장수 장관이 되었다. 가문의 영광(?)이야 되겠지만 24번 헛발질 부동산정책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장관도 뒤지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가 안정이 된 다음 최장수 장관이 속출한다면야 국민들은 손뼉을 치며 반가와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것에 있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면 무엇 하랴. 전문성도 부족하고 리더십도 부족하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에 실로 놀라울 지경이다.
바꿔야 한다. 이제 2020년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잘못을 인정 않으려 하고 남 탓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 장관들, 교체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음을 늦게라도 느끼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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