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어느 게으른 하인이 있었습니다. 이 하인은 새벽부터 해가 떠서 자신의 단잠을 깨우는 것이 그렇게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새벽이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평소의 게으름과는 달리 그는 새벽이 오는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나름대로 관찰한 결과, 그는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하인은 자신의 집에 있는 닭처럼 생긴 모든 동물의 목을 꺾어서 모조리 죽인 뒤에 ‘이제 새벽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편안하게 잤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도 새벽은 왔고, 닭이 울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 주인은 이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하인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닭의 목을 꺾어도 새벽이 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하인은 기대했던 단잠 대신 더 많은 일과 닭의 목을 꺾은 것에 대한 처벌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이 ‘닭의 목을 꺾어도 새벽이 당연히 온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한 전직 대통령이 이 말을 사용하면서, 당연한 사실을 눈가림식 대책으로 막아보려고 했던 멍청한 인간에 대한 비아냥이 어두운 시대에 희망을 잃지 말고 작은 희망이라도 잃지 말라는 명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3.1절이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냥 지나갔지만, 몇몇 집에서 태극기를 달았습니다. 저 태극기를 다시 걸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희생되었는지 모릅니다. 조선총독부의 공식기록에 의하면, 3.1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106만 명이었고, 사망자는 7천5백 명, 구속된 사람이 4만7천 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수 중에서 우리 안산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별히 안산 지역에서 일어났던 3.1운동은 당시 경기도에서 일어났던 3.1운동 중에서도 아주 활발했던 운동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제의 총칼은 여전히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그 무서움을 넘어서, 투옥과 죽음을 각오하고, 많은 분들이 만세운동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것은 가슴 속에 작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비록 지금은 일제에 의해 목을 하루하루 꺾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조선이라는 태양이 다시 떠올라서 자유를 누릴 그 새벽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가슴 속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 목이 비틀려서 죽더라도 우리 자녀들이 새벽을 누릴 그날이 올 것을 믿기 때문에 나섰던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3.1운동은 원했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3.1운동을 통해서 꾸준히 독립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결국 1945년에 빛이 돌아오는 날을 맞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뉴스에서도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례없는 위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어두울수록 새벽은 더 가까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장점은 가장 어려울 때 오히려 희망을 갖고 버텨서 다시 일어섰다는 것입니다. 닭의 목을 꺾어도, 알람시계를 부수어도 새벽은 오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앞에 다가올 새벽을 기대하며, 작은 희망을 갖고 살기를 원합니다. 그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힘차고 당당하게 걷는 우리 안산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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