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때때로 인생이 따분해질 때, 필자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생활의 달인”입니다. 혹은 리모컨을 갖고 돌려보다가 소위 ‘달인’이나 ‘장인’이 나오면 시선을 고정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분들의 인생을 즐겨보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는 소위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연구와 개발을 통해서 자신의 분야에 떳떳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TV에서 3대째 찹쌀떡과 도너츠를 파는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대 사장 어머님은 일찍 떠난 남편을 대신해서 홀로 5남매를 키우려면, 어떻게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1대 사장님은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자신만의 비법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다음 맏며느리가 2대 사장으로 물려받습니다. 찹쌀떡이 맛있으려면 반죽이 뜨거울 때 팥소를 넣고 모양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그 일을 계속하다 보니 손가락에 지문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맏며느리도 시어머니가 알려준 비법을 지키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랬더니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분들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 동네를 떠났다가 문득 생각나서 그 가게에 왔던 사람들이 ‘맛이 그대로이다’라고 반가워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그분들은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있던 슈퍼스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게를 기억하고 찾아온 분들에게는 그 가게의 사장님은 즐거운 추억을 안겨준 분이자 스타였죠. 비록 큰 범위는 아니었지만, 그분들은 어떻게 스타가 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발해서 달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기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지키는 책임감까지 보여주면서, 한결같은 맛을 주는 ‘장인’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분들 뿐이겠습니까? 우리 주변에 보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소위 ‘달인’과 ‘장인’이 있습니다. 어느 구두를 가져와도 고쳐주시는 구둣방 아저씨, 어떤 컴퓨터를 가져와도 고쳐주시는 수리기사 아저씨, 그뿐 아닙니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이 시간에도 자신의 길을 고민하며, 지금도 자기의 방식으로 세상을 묵묵히 그리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분들을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우리 시대의 숨은 달인과 장인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른바 “숨은 장인 찾기” 이를 위해서 교회의 한 공간을 갤러리로 새롭게 꾸미기 시작했고, 어느덧 완성되어서 곧 문을 엽니다. 어떤 장인을 모실까 고민했다가, 첫 번째로 안산이 낳은 세계적인 장인인 신성희 작가님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번 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갤러리가 우리 안에 있던 여러 장인의 작품을 전시하여서, 더 많은 분이 조명받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안방에 앉아서 세계 방방곡곡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유튜브가 대세가 되면서, 숨어있던 장인들을 영상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요즈음 숨어있는 장인을 만나보는 재미로, 유튜브를 봅니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를 깨닫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장인은 아니었을까? 서로의 가치를 알게 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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