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종종 안산천 산책로를 다니다 보면, 주인 앞에서 걷는 반려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주인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보면서, 마치 주인을 호위하듯이 앞에서 아장아장 걷는 반려견들을 보면, 저도 왠지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듭니다.
  이처럼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웁니다. 언젠가부터 TV 프로그램에 반려동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동물과의 교감을 꿈꾸는 사람들이 최근에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도 커져서, 2018년에는 그 규모가 2조 8,900억원이었고, 작년에는 5조 8천억원대까지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가면 올해에는 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있었던 설문조사에 의하면,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살았다는 가족은 단 12% 밖에 되지 않은 걸로 나왔습니다. 나머지 88%의 응답자는 ‘이사를 가야 해서’, ‘너무 짖어서’, ‘배변 문제 때문에’, ‘경제적 부담 때문에’ 등의 이유로 반려견을 버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버려진 유기동물도 점점 늘고 있는데, 지난 2019년에 버려진 유기 동물이 약 13만 6천 마리로 역대 최대 규모를 보였고,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퍼진 작년에도 12만 8천 마리가 버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버려진 동물 중, 21%의 동물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안락사로 생을 마감합니다.
  물론 저마다 사정이 있을 겁니다. 특히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을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살림살이를 아끼기 위해 반려동물을 버릴 수밖에 없는 사정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어쩔 수 없이 버린게 맞는가요?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요?’ 정말로 반려동물과 헤어지면서 수없이 고민하고 눈물로 헤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의외로 많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을 휴가지에 데리고 와서 몰래 버리는 경우도 많고, 그냥 어디 길거리에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동물 전문가에 의하면 그런 동물들은 자기를 키워줄 새로운 인연을 만날 때까지 주인을 기다린다고 합니다. 혹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생명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내 이익에 따라서 만남과 헤어짐을 쉽게 결정하곤 합니다.
  동물에게만 그렇겠습니까?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영원한 관계를 약속해도, 내 상황에 따라서 쉽게 버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지금은 나와 잘 지내지만,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음 한편에 갖고 삽니다. 그리고 그 불안은 TV에서 유행하게 된 막장드라마에서 보듯이, 내가 먼저 배신하는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살다 보면 반려동물과 동행하기 힘든 상황을 만납니다. 그때 많은 분이 반려동물과의 인연을 계속 유지해야 하나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얼마 전부터 예배 시간에 맞춰서 ‘펫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작은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기억할 게 있습니다. 작은 인연도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오늘 내가 소중하게 기억할 인연이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 그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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