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얼마 전 5월 21일, 마음을 굳게 먹은 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아내에게 쑥쓰러운 한 마디를 건넸습니다. “여보, 고마워!” 아내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저는 그냥 웃으며 들어갔습니다. 제가 그렇게 하려고 결심했던 이유는 바로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굳이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이유는 ‘둘(2)이서 하나(1)가 되는 날’이라는 뜻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커플이 떨리는 가슴으로 결혼식장에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한평생 사랑하겠다’고 서약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부부 중 적잖은 수가 그 떨림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갈등과 다툼을 겪고 있고, 결국 남남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부부도 있습니다.
  서로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부부가 되었는데, 그때의 결심은 어디로 가고 서로 싸우고 갈등하며 다투는 것일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좋은 남편이었는지를 잠시 돌아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에게 하는 첫 마디는 어김없이 똑같습니다. “여보, 배고파. 밥 줘.” 아내가 밤새 잘 잤는지, 혹시 아픈 곳은 없는지, 무슨 고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것은 묻거나 따지거나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내가 원하는 것만 얻고 싶은 이기적인 한마디를 던집니다. 때로는 이런 남편이 서운할 텐데 그래도 제 말을 웃으면서 받아주는 아내를 보면, 가끔은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마음도 정신없이 일하는 사이에 잊어버리고, 다시 집에 들어가면 또 다시 아내에게 외칩니다. “여보, 배고파. 밥 줘.”
  이런 작은 사건만 보더라도, 부부가 때로는 갈등을 겪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내 옆에 있는 배우자에게서 받기만을 기대할 뿐, 그 사람도 나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무시한 채 ‘달라’고만 하기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도덕 교과서에서 배웠고 다른 사람에게는 많이 조심하는데, 유독 배우자에게는 나도 모르게 그럽니다. 물론 그 속에는 ‘그래도 내 아내, 남편이면 내 마음을 다 알아주겠지’라는 신뢰가 들어있는데, 실제로 보면 말 그대로 ‘근거없는 신뢰’일 때가 많습니다.
  결국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부부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모든 기대를 버릴 수 있을까요? 그것이 참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더 현실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만큼 내가 먼저 그 기대에 맞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참한 아내를 원하면 내가 먼저 참한 남편이 되어야 하고, 좋은 남편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남편에게 잘하는 아내가 되면 됩니다. 그런 배우자가 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될 것이고 서로 더욱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을 꿈꾸는’ 청년들이 저에게 ‘좋은 배우자를 구하는 방법’을 물을 때 꼭 이렇게 말합니다. “보통은 내가 원하는 배우자상을 적는데, 그것으로 그치지 말고, 그 후에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어떤 배우자가 될 것인지 두 배로 적어봐.” 이 땅의 모든 가정이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관계로 새로워지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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