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꿈의교회 담임목사>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지방에 갔다가 우연히 아주 작은 시골 마을에 발길이 닿았습니다. 마음먹고 돌아보면 5분이면 돌 수 있는 마을! 그런데 이 마을을 다 둘러보는데, 20분이 걸렸습니다. 곳곳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가 너무 예뻤기 때문입니다. 조금 가다가 꽃을 구경하고, 조금 가다가 나무를 구경하고, 눈에만 담기가 아까워서 휴대폰으로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집마다 분홍색,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있었고, 길가에 보니까 뭉툭한 꽃, 뾰족한 꽃 등 다양한 모양들의 꽃들이 각자의 자리에 피어있었습니다. 저 위에 산을 둘러보니까 수많은 나무가 각자의 모습으로 서 있는데, 저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왜 제 발걸음이 거기서 멈추었을까? 꽃과 나무를 보면서, 제 안에서 이런 감동이 있었습니다. “각자의 모습을 하면서, 그것들이 어우러져서 자연을 이루고 있지 않냐?” 잘 보니까 꽃과 나무들이 각자의 모습을 하면서도 어우러지는 ‘따로, 또 같이’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전혀 다른 가치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얼마 전, 한국전쟁 71주년을 맞이하는 날을 보냈습니다. 두 세대나 바뀌는 꽤 많은 세월이 지난데다, 코로나 사태나 경제 불황 등 먼저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한국전쟁 71주년은 무심코 넘어간 느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국전쟁이 우리 역사에서 아주 끔찍한 사건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친족이고 친구고 형제였던 한 민족 간에 서로 총부리를 겨누면서 결과적으로 ‘너도 망하고 나도 망하는’ 전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추정치만으로도 남북한 다 합쳐서 400만 명 이상의 군인과 민간인이 죽었다고 봅니다. 남쪽의 공업기반이 절반 이상 소실되고, 북쪽의 공업기반이 70% 이상 소실된 전쟁! 상식적으로 이렇게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어야 했을까요? 그것은 상대방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있었습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편을 어떻게든 없애고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끔찍한 전쟁을 만들고, 너와 나를 모두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이러한 우리를, 자연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한심하게 보지 않았을까요? 물론 전쟁의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져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지면에서 그런 이야기보다, 그런 비극적인 사건 속에 있었던 인간의 부끄러운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뉴스를 장식하는 수많은 사건의 시작을 보면 역시나 나와 다른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20분 남짓한 산책의 시간! 각자의 모습을 인정하면서 함께 생태계를 만들고 있던 자연 앞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한없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우리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싸움 이전에 대화로, 분노 이전에 이해로, 거짓된 악수 대신 화해의 손길로, 다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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