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마하트마 간디는 선거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선거는 가장 약한 자가 가장 강한 자와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선거의 의미를 절실하게 알려주었던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던 엎치락뒤치락 개표였다. 결과는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윤 당선자는 1639만4815표(48.56%)를 얻어 이재명 후보의 1614만7738표(47.83%)를 제치고 차기 정부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 중 1·2위 후보 격차가 가장 적은 선거였다. 득표 차는 불과 0.73% 포인트로 살얼음판을 딛는 승부였다. 그러나 0.73% 포인트의 승리가 주는 의미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영호남의 지역색을 여전히 탈피하지 못했다. 양분된 민심은 대선을 치르며 더 극심해졌고 분열과 갈등으로 나라의 미래가 안갯속처럼 보였다. 요약하면, 안갯속 대한민국을 이끌고 나갈 리더십의 절실함이 드러났다. 독주와 정치보복이 아닌 협치, 갈라치기가 아닌 통합이라는 과제가 선거로 극명하게 나타났다. 문 정권 초기에도 국민통합을 내세웠지만, 5년 동안 그 반대 방향으로 줄곧 치닫기만 했다.
윤 당선자가 첫날 행보에서 ‘통합과 번영, 야당과의 협치’를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민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일 것이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 협치 없이는 국정 난맥상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윤 당선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 속에 갖고 가야 할 과제이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에서 있었던 수상한 음모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다. 탈원전 사태와 울산시장 선거, 옵티머스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또한, 얼치기 선관위의 책임을 무섭게 물어야 한다. 선거 부실 관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종이상자, 사무용 봉투, 심지어 쓰레기봉투에 투표용지를 담아 옮긴 선관위의 작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가 안 된다.
어느 정권에서나 그랬지만 문 정권에서의 낙하산 인사는 너무 많았다. 대통령의 측근들만 자리에 앉히다 보니 예서제서 내로남불 현상이 만연했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인사들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 장관들은 물론 정부 산하 기관장들도 새로 임명되는 게 관례이다. 윤 당선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야당의 전문가도 필요시 써야 함은 물론이다. 문고리,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 들어서 제발 없어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탕평책을 써야 한다. 그게 반듯한 나라로 가는 징검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다. 왈가왈부 당내에서 말이 많다. 원래 허튼 말 많은 게 국회의원들이다. 계속 180석의 오만과 독선을 버리지 않는다면 국민은 절대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대선에 묻혔던 보궐선거도 재조명되어야 한다. 5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싹쓸이했다. 민주당이 후보를 거의 내세우지 않았지만, 대선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 지난해처럼 똑같이 그들만의 구차한 변명을 내세워 후보를 냈을 것이다. 이참에 민주당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곧 지방의회 선거가 있다. 그동안 안하무인 격으로 보여주었던 180석의 오만을 털어내야만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것이다. 민심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국민의 힘도 마찬가지이다. 초심을 절대 잃지 말아야 한다. 왜 국민이 5년 만에 문 정권을 외면했는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더욱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대선 기간 쏟아낸 포퓰리즘에 가까운 공약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손을 봐야 한다. 선거 기간 동안 표 때문에 쏟아낸 정책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공약에 대해선 당선인이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 걸러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당선인이 검사 시절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아직도 와닿기 때문이다.
“정치란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인도의 정치가인 네루가 한 말이다. 당선인이 명심해야 할 말이다. 아니 정치인 모두 개과천선해서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분열의 골이 너무나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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