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중대본의 안전안내문자 메시지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쉬지 않고 띵띵거리는 메시지 도착음이 무서울 정도이다.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하늘이 뻥 뚫린 느낌이다. 수마(水魔)가 서울과 수도권을 향해 마치 화풀이를 해대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속보로 보여주고 있는 피해 동영상은 가슴마저 졸아붙게 만들고 있다.
중대본은 9일 새벽 기준, 7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주 내내, 다음 주까지도 폭우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에 인명 피해는 더 커지리라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산사태 조짐까지 있다는 문자 메시지는 2011년 18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참사를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같은 해, 춘천의 한 펜션에서 인하대 학생 13명이 산사태로 숨진 안타까운 참사도 떠오르게 만들었다. 숨진 학생들은 힘든 봉사활동을 마치고 잠을 자던 팬션이었다.
서울의 비 피해가 가장 크다. 하루 380㎜ 쏟아진 폭우는 서울 강수량 관측 사상 최고 기록으로 나타났다. 한 신문사는 ‘100년만의 물폭탄’이라는 기사 제목까지 뽑아냈다. 퇴근길 도로에서는 차량 수백 대가 물에 잠기고, 하천의 범람으로 주민 대피령, 산사태 경보까지 내려지곤 했다. 강남역과 양재역 도로가 물에 잠겼고, 지하철 운행도 곳곳에서 중단됐다. 영등포역이 침수돼 1호선 하행 운행이 멈췄고, 경인선 오류동역도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9호선 동작역도 침수돼 열차 운행이 멈췄다. 지하철 역사 천장에서는 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쉬지 않고 나오고 있다. 관악구의 반지하에 사는 가족은 8일 밤, 침수로 갇혀 있다고 신고했지만 결국 가족 2명은 사망하고 말았다. 동작구에서는 폭우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 작업을 하던 60대 구청직원이 사망했다. 같은 구에서 주택 침수로 1명이 숨졌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버스 정류장 붕괴 잔여물 밑에서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도로 사면 토사 매몰로 1명이 사망했다. 더이상 인명 피해가 안 나오길 빌 뿐이다. 중대본은 9일 수도권 소재 행정·공공기관의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 발표까지 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10일까지 100∼3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하차도 고립, 저지대와 농경지 침수, 하천과 저수지, 농수로 범람, 급류, 옹벽과 축대 붕괴 등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발표했다. 충북 충주댐은 2년 만에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했다. 소양강댐도 수문을 열어 물을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과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유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 만들어진 정체전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부딪치면서 정체전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이번 두 전선은 충돌의 강도가 매우 강해 비구름대가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형성되어 폭우가 한정적인 지역에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런 탓으로 남부지방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고 찜통더위만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잠 못 이루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의 날씨 예보가 정확하게 맞았으면 좋겠다. 툭하면 엇박자를 내는 날씨 예보에 구라청 혹은 청개구리청이라고 비난을 받는 기상청이다. 더이상 폭우 피해가 나지 않도록 정부와 기상청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도 이럴 때일수록 협치를 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안 되면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또한, 장마 참사에도 내로남불 식 댓글은 더 짜증스럽게 훅훅 달아오르게 만들고 있다. 전 정권의 잘못 탓이라든지, 현 대통령을 잘못 뽑아 그렇다는 듯 한심한 댓글은 사라져야 한다.
전 국민이 힘을 합해도 자연 참사는 막지 못하는 법이다. 더욱이 인간이 자연에게 준 재해를 자연이 되돌려주는데 어찌 완전 막을 수 있으랴.
안산도 호우경보지역으로 속하고 있다. 마음 놓을 때가 아니다. 시는 밤낮 눈 부릅뜨고 침수예상 지역을 돌아보고 비 피해에 만전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폭우가 지나간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졸속미봉책은 없어져야 한다. 안산천의 붉덩물이 심상찮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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