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우리나라 속담에는 유난히 개가 많이 등장한다. ‘개 팔자 상팔자,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등 굉장하다.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는 개가 우리나라 속담의 26~28%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환생할 때에 인간의 몸을 받을 수 없는 경우 1순위 환생 동물이 개라고 한다. 동물에서 다시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1순위 동물도 개라고 할 정도이다. 그만큼 개는 인간과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는 동물이다.
개는 인간이 최초로 길들인 가축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은 개를 길들였고, 개는 인간을 진화시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고 한다. 이미 외국에서는 개를 가축보다는 가족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식, 공동 운명체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갈수록 개를 가족이라고 여기는 층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양육 인구수가 1,500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굉장한 증가세이다. 개는 사람을 잘 따르고 영리하다.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여 사냥, 군용, 인명 구조. 장애인 안내, 마약 및 폭약 탐지에까지 두루 쓰이고 있다.
개에 관한 기념일도 있다. ‘세계 개의 날’과 ‘국제 강아지의 날’이 있다. 각각 8월 26일과 3월 23일이다. 두 기념일 모두 반려견에 대한 관심과 인식 개선을 촉구하며 유기견을 보호하고 입양을 권장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개에 관한 동화도 많다. 전 세계인이 한 번쯤 읽었을 『플란다스의 개』가 있다. 영국 작가 위다가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던 벨기에 지방의 구전동화를 성인이 되어 장편소설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방에는 주인공인 넬로와 파트라슈의 조형물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 똥』이 있다. 이 동화는 가족 연극과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져 상영되고 있을 정도로 명작동화이다. 이외에도 개를 주인공으로 한 창작동화는 서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지방에서 구전되는 개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수개’ 이야기이다. 전라북도 임실의 오수지방을 중심으로 사육되던 토종개에 관한 이야기로 술에 곯아 들판에 누워 잠든 주인을 개가 구하는 이야기이다. 들판에 불이 나자, 냇가로 달려가 자신의 털을 적셔 불을 꺼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주인을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부산 해운대 지방에도 있다. 개로 환생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승에서 자식들 키우느라 여행 한 번 못 간 어머니가 죽어 개로 환생하게 된다. 개는 효자인 아들 덕에 팔도강산을 여행하고 죽게 된다. 일본에는 주인이 죽은 뒤에도 역 앞에서 주인이 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는 하치라는 개가 있다. 시부야역에 하치 동상이 있다. 이렇게 인간과 가깝기 그지없는 개다. 오죽하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자신이 기르던 개에게 500만 달러를 유산으로 준 부자까지 있었을까. 이외에도 개에게 유산을 물려준 사람은 의외로 많다.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길렀던 풍산개 때문에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퇴임 후 조용히 지내겠다는 약속이 정반대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발단은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이 키우던 풍산개를 파양하고 정부에 반납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서로 물어뜯기에 정신이 없다. 여는 북한 김정은에게 선물로 받은 풍산개 사육비 250만 원 때문이냐며 밀어붙이고, 야는 현 정부의 미숙한 정치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그동안 정이 들 대로 들었을 텐데 돈 때문에?’ 이해가 가질 않는다. 특히 전 대통령 홍보용으로 제작한 내년 탁상 달력에 풍산개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저런 정치권 싸움으로 풍산개는 동물원으로 갈 운명에 처했다. 풍산개를 바라보는 국민의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풍산개가 뭐라고 할까? 아재 개그 한 구절을 꺼낼지도 모른다. ‘개하고 절대 달리기를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이길 경우, 개보다 잘난 놈. 질 경우, 개만도 못한 놈. 비길 경우 개 같은 놈. 아니,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딸은 옆집에 줘도 개는 옆집에 못 준다.”라는 속담으로 점잖게 꾸짖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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