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동화작가>

12월도 하순을 넘어섰다. 송구영신을 맞는 마음이 착잡하다. 한 해를 반성하며 다가오는 새해의 계획 짜기에 분주한 시간이다. 개인이 이럴진대 나라야 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대선 후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 느낌이다.
교수신문이 한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한 해 동안 국내 사건 중 가장 첨예한 것에 대한 것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자성어이다. 거의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로 잘못을 알고서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을 콕 짚은 사자성어이다.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대며 아닌 척 시치미를 떼는 게 일상이다. 여당은 ‘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로, 야당은 툭하면 ‘야당 탄압이네’라고 둘러대며 전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후안무치, 적반하장, 인면수심으로 꽁꽁 방어막을 친 국회라고 볼 수 있다.
작년의 사자성어는 도둑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됐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 재작년은 내로남불을 뜻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였다. 이 사자성어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있는데 올해의 과이불개로 더욱 실망스럽다. 특히, 내로남불은 해외 언론에서도 회자된 말이어서 우리나라 정치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에서는 우리나라의 전, 현직 대통령의 풍산개 문제에 관한 뉴스까지 실렸다.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정치 현실이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서로 네 탓 타령만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여야 대표 앞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양심이 있어야지.”라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뒤집어보면 ‘정치인은 양심이 하나도 없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야는 서로 네 탓으로 협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정치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물어보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예 말하기조차 싫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네 탓 타령으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못 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해외 출장을 나가고 있다. 이들은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 예산안 처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으로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 정의당 1명이다. 6박 7일간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을 방문, 의회의 선거제도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나갔다고 한다. 결코,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들만 빼고는 모두 뻔할 뻔 자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이외에도 헝가리 중앙아시아 일본을 방문 중인 의원들도 있다. 본회의 불참에 따른 악화 여론으로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고 한다. 이게 2022년 국회의 민낯이다.
민낯은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대장동 사건 핵심인물이 또 자해시도를 했다. 생명엔 이상이 없으나 벌써 4명이 죽거나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이다. 소름이 끼친다. 소환될 때마다 정치인들의 내로남불 변명은 지긋지긋하다.
해외 출장 간 국회의원들은 선진국들의 국회의원 자세를 본받고 와야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봉사직으로 전환 되어야 한다.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특권도 다 없애야 한다.
2022년도 저물고 있다. ‘과이불개(過而不改)’의 국회 성적표는 몇 점이나 될까? 다른 사람에게 묻다간 된통 말로 얻어맞을 것 같다. 여당은 전당대회 룰 개정을 두고 당이 또다시 분열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심하기 그지없다. 지금 여당이 이럴 때인가? 민주당은 오로지 진영 논리에 매몰돼 전후좌우를 돌아보지 않는다. 대통령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들의 눈엔 세월호와 촛불 광우병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여야의 협치가 하나도 없다. 정국이 꼬일 대로 꼬여 언제 풀릴지 기약도 없다. 우리나라의 국회는 이렇게 표류하기만 할 것인가?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국회의원에 대한 전반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
2022 국회 성적표를 차라리 AI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
“대한민국 국회 성적표요? 이상합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점수가 나오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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